[불상의 세계]
부처님 교화기 미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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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자 / 2019 년 7 월 [통권 제75호] / / 작성일20-06-26 12:00 / 조회5,464회 / 댓글0건본문
유근자 | 동국대 겸임교수·미술사
데와닷타Devaddata는 부처님을 오랫동안 시봉했던 아난존자의 형이며 부처님의 사촌 동생으로 알려져 있다. 부처님 일대기에 대표적인 악인으로 등장하는 데 한역 경전에서는 조바달다調婆達多·조달調達·제바달다提婆達多·천수天授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 어렸을 때부터 부처님의 명성을 투기하여 12년간 수행 끝에 오신통五神通을 얻었지만, 독이 묻은 손톱으로 부처님을 해치려고 시도해 왕사성으로 가는 도중 땅이 갈라져서 산 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졌다고 한다.
데와닷타는 누구인가
고대 인도 불교의 유파인 근본설일체유부가 새로운 사상을 정립한 뒤에 완성한 율장 중 하나인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파승사』를 당나라 의정義淨 스님이 번역했다. 이 율장에 부처님의 사촌인 데와닷타는 부처님을 시해하고 교단을 빼앗으려는 여러 가지 악행과 비행을 저지르는 인물로 등장하고 있다.
순조롭게 자리를 정착되어 가던 불교교단도 부처님 재세시에 몇 번의 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데와닷타의 반역이 그 가운데 하나이다. 데와닷타는 부처님을 대신해서 교단을 이끌기를 원했지만 부처님을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마가다국의 왕자 아잣타삿투(Ajātasattu, 아사세)와 공모해 빔비사라 왕을 살해하고 그를 왕위에 오르게 하였고, 그 자신은 부처님을 대신해 교단을 주도하려고 하였다. 아잣타삿투에 의한 빔비사라왕의 암살은 성공했지만 부처님에게 위해를 가하려고 한 데와닷타의 시도는 모두 실패하였다. 또 데와닷타는 엄격한 5개 계율의 실시를 교단에 요구하였다고도 전해지는데 이것은 교단 내에 존재한 이단의 움직임이 이러한 형태로 전설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전생
부처님의 일대기 가운데 데와닷타는 대승경전인 『법화경』에는 「조달품調達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처님의 성도를 방해하는 악마 파순과 함께 악역의 대표자로 등장하고 있다. 데와닷타는 불전에서 뿐만아니라 『본생담本生譚』에서도 악역을 맡고 있다. 예를 들면 ‘위대한 원숭이’ 전생담 장면에서 동족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원숭이 왕의 다리 위에 고통을 가하고 있는 것이 데와닷타이다. 「위대한 원숭이 왕」 본생담에서 원숭이 왕은 바로 현생의 부처님이고 고통을 가하는 원숭이는 현생의 데와닷타이다. 원숭이 왕은 왕이 동원한 군사들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강 사이에 있는 두 나무에 끈을 묶었으나 끈이 모자라 그 자신의 몸으로 연결해야만 했다. 원숭이 왕의 희생으로 말미암아 대부분의 원숭이 무리는 왕의 군사들을 피할 수 있었지만 원숭이 무리를 살린 원숭이 왕은 기진맥진 했다. 그런데 기진맥진한 몸 위에 데와닷타의 전생인 원숭이가 타고 올라 고통을 가하고 있는데 인도 바르훗Bharhut 탑의 난순에 표현되어 있다(사진 1).
영축산 오르는 부처님 해치려는 데와닷타
데와닷타가 부처님을 살해하려 한 사건은 불전미술의 소재로도 사용되었는데 대표적인 예가 아잣타삿투가 소유한 사나운 코끼리에게 술을 먹여 부처님을 공격하게 한 사건과 영축산 언덕을 오르는 부처님께 돌을 굴려 살해하려던 것이었다.
어느 날 데와닷타는 아자타삿투를 찾아가 부처님을 살해할 자객을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그는 데와닷타에게 자객을 보내주었는데 암살자들은 한결같이 부처님을 만나 잘못을 깨닫고 부처님께 귀의하고 말았다. 자객을 보내 부처님을 암살하려던 계획이 실패하자 데와닷타는 직접 부처님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영축산 언덕을 걷고 있을 때 기회를 엿보던 그는 언덕 위에서 부처님을 향해 큰 바위를 굴렸다. 그런데 두 개의 튀어나온 돌기가 저절로 나타나 내려가는 바위를 막았지만, 바위 파편이 날아가 부처님의 발에 상처를 내고 말았다.
이 에피소들 표현한 것이 현재 콜카타의 인도박물관에 소장된 <사진 2>이다. 부처님을 공격하려는 자객과 참회하는 자객은 신분이 낮은 자들의 표시로 하체의 일부만 가린 옷을 입고 왼쪽에 서 있다. 화면 중앙에는 데와닷타가 영축산 언덕에서 부처님을 살해하기 위해 굴린 바위가 중앙의 직사각형 판에 은유적으로 표현되어 있고, 그들을 교화하는 부처님이 오른쪽에 정면을 바라보고 오른손을 들고 서 있다.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고 엎드린 자는 참회하는 자객이다. 돌이 떨어져 부처님의 발에 피가 난 상황은 오른쪽 끝에 위치한 왼손에 금강저를 들고 오른손을 머리 위로 올려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금강역사 모습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술 취한 코끼리로 부처님 공격
데와닷타는 마가다국 빔비사라왕의 아들인 아자타삿투의 지원을 받아 왕사성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권력과 명예에 길들여진 데와닷타는 어느 날 자신이 불교 교단을 통솔하도록 해달라고 부처님께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그 후 그는 아잣타삿투 태자와 한 마음이 되어 부처님을 살해하고자 여러 가지 일을 벌였는데 취상조복醉象調伏이 가장 유명한 사건이다.
데와닷타는 마가다 국의 가장 사나운 코끼리 날라기리Nalagiri에게 술을 먹여 왕사성에서 탁발 중인
사진 . 팔상도, 굽타(5세기 경), 사르나트 출토, 사르나트고고박물관.
부처님을 공격하게 했지만 결국 실패해 부처님께 항복했다. 이 사건은 고대 인도에서 가장 즐겨 표현하던 주제 가운데 하나로 5세기 경에는 팔상도에 자연스럽게 편입된 것으로 보인다(사진 3).
어느 날 데와닷타는 아자타삿투 태자 소유였던 사나운 코끼리 날라기리에게 술을 먹여 부처님께서 지나가는 길목에 풀어 놓았다. 전장의 선봉에 서기도 했던 날라기리는 가사를 입은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보자 코를 높이 치켜 들어 난동을 부리며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여러 제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처님은 술 취한 날라기리와 마주했다. 부처님과 마주하는 순간 포악하게 난동을 부리던 날라기리는 온순한 양처럼 변해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간다라에서는 문에서 나오는 술 취한 날라기리를 제압하는 부처님을 표현하는데 집중하였다. 난동을 부리는 코끼리의 모습은 생략되었고 부처님께 항복하는 코끼리만이 등장하고 있다(사진 4, 5, 6).
사진4 . 취상조복, 간다라(2~3세기), 파키스탄 디르박물관.
사진5 . 취상조복, 간다라(2~3세기), 파키스탄 스와트박물관.
인도 팔라시대의 팔상도 속 취상조복
10세기 경 팔라Pala시대에는 사르나트 고고박물관의 팔상도(사진 3)와는 달리 중앙에 항마성도를 표현한 불좌상이 크게 표현되고 그 주위로 나머지 7상相이 배치되는 팔상도가 유행했다. 팔상도에 표현된 취상조복은 서 있는 부처님 오른손 아래에 엎드린 코끼리가 작게 표현되어 있다(사진 7).
또한 팔라시대에는 <사진 8>과 같이 취상조복 장면이 단독으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다. 중앙에는 부처님께서 왼손으로는 불의佛衣 자락을 잡고, 오른손은 아래로 내려뜨리고 있는데 손바닥에는 4마리의 사자가 작게 표현되어 있다. 그 아래에는 장신구로 장엄된 날라기리가 납작 엎드려 있다. 부처님 왼쪽에는 한 인물이 서 있는데 오른손으로는 지팡이를 들고, 왼손으로는 발우를 들고 서 있다. 아마도 이 인물은 탁발에 동행한 아난존자로 추정된다. 간다라의 취상조복 장면(사진 4)에도 발우를 든 제자는 아난존자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팔라시대에는 아난존자의 머리칼도 부처님 머리처럼 나발螺髮로 표현되었지만 부처님의 상징인 육계肉髻가 없는 것으로 보아 간다라처럼 아난존자로 짐작된다. 시대가 내려올수록 술 취한 코끼리를 항복시키는 부처님을 강조해서 표현하는 것이 인도 불전 미술의 특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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