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림별어]
과장법, 그림자를 잡아서 바람에 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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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철스님 / 2016 년 1 월 [통권 제33호] / / 작성일20-07-15 11:36 / 조회7,105회 / 댓글0건본문
‘삘로뽀’, 가벼운 찬탄
가뭄에 콩 나듯 꼰대(?)급인 필자와 놀아주는 기특한 20대가 가끔 있다. 근데 저희들끼리 하는 말로는 ‘그게 노인복지(?) 차원'이래나 어쩐대나. 암튼 그렇거나 말거나 조카인 양 눈치 없이 붙들어놓고 벽장 구석에 숨겨 둔 귀한 먹거리를 내오고 커피콩도 가진 것 중에서 제일 좋은 것으로 대접한다. 신세대의 신문물을 배울 수 있는 수업료인 까닭이다. 물질공세로 환심을 산 덕분인지 “역시 우리스님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그리고 난 뒤 이런 가벼운 칭찬을 그들의 전문용어(?)로는“삘로뽀!”라고 설명해준다. 새로운 언어인‘삘로뽀’라는 단어를 배웠다. 본래 스페인 말이라고 했다.
지중해를 낀 남부유럽에 사는 젊은이들은 아름다운 여인(혹은 남자) 혹은 패션이 우아한 여성(혹은 남성 포함)이 지나가면 가볍게 찬탄하는 '삘로뽀'가 생활화되어 있다고 한다. 만약 모든 이의 시선을 끌만한 예사롭지 않은 모습을 보고도 가벼운 찬탄을 생략한 채 그냥 무심코 지나간다면 그것은 도리어 결례가 된다. 집적대는 히야까시(ひやかじ)와는 또다른 뉘앙스다. 그 외연을 넓힌다면 상대방에 대한 선의의 모든 가벼운 칭찬까지 포함된다고 할 수 있겠다. 반대로 어떤 무심한 남정네는 한 집에 사는 사람이 헤어숍에 다녀오고 백화점에서 신상품 옷을 사서 입었는데도 그것조차 못 알아보고 삘로뽀를 생략한 대가로 집안분위기가 한동안 냉랭했다는 전언이다.
칭찬, 과장법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그리고 칭찬은 기본적으로 부풀리기를 전제로 한다. 살면서 약간의 부풀리기는 주변과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의도를 지닌 지나친 과장은 ‘아부’라고 구별해 부른다. 어쨌거나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든지 칭찬에는 호감을 보이기 마련이다.
중국의 4대 미인에 대한 칭찬은 작업언어(?)의 결정판을 보여준다.
“서시(西施)를 본 물고기는 헤엄치는 것조차 잊어버렸고, 왕소군(王昭君)을 본 기러기는 날갯짓조차 멈췄으며, 초선(貂蟬)을 본 달은 창피해서 얼굴을 가렸고, 양귀비(楊貴妃)를 본 꽃은 부끄러워서 잎을 말아 올렸다.”고 했다. 달과 꽃마저도 자기미모는 미모도 아니라면서 부끄럽다고(羞花) 여겼고, 심지어 손으로 얼굴을 가리기(閉月)까지 했다. 미인을 쳐다보느라고 물고기가 넋을 잃는 바람에 펄에 처박혔고(浸魚), 날갯짓을 멈춘 새는 모래밭의 추락(落雁)을 면치 못했다. 광고나 영화,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이 빠진 총각이 전봇대에 부딪치거나 맨홀에 빠지는 장면보다도 그 묘사실력이 한 등급 위라고 하겠다.
남자인 항우(項羽)에 대한 씩씩함을 ‘힘은 산을 뽑고 기상은 세상을 뒤덮을 만하다(力拔山氣蓋世)’고 했으니 이 역시 여성미의 과장수준을 능가한다. 그런데 이 말은 남자가 남자를 칭찬한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긴 하다. 어쨌거나 과장법은 탓할 일은 아니다. 뭐든지 부풀려야 제대로 실감하는 것이 일반인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문학과 예술작품은 과장법을 전제로 구성할 수밖에 없다.
찬탄, 스승에 대한 공경
과장법은 종교경전이 그 원조라고 할 것이다. 동양의 고전인 『논어』와 『화엄경』 속에서 칭찬언어를 찾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공자의 제자 가운데 가장 뛰어났다는 안회(顔回, BC 521 ~ BC 490)는 스승을 이렇게 찬탄했다.
“우러러 보면 더욱 높고, 파고들면 더욱 견고하고, 바라보면 앞에 있는 듯하다가 어느 새 뒤에 계시고 …… 아무리 따르려고 해도 따를 수가 없으니, 마치 끝없는 정상을 향해 오르다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어 포기하고 마는……”이라고 피력했다.
이에 질세라 보현(普賢) 보살은 당신의 스승을 능력이 닿는 대로 힘껏 치켜 올렸다.
“온 세상의 번뇌를 한 순간에 셀 수 있다고 해도(刹塵心念可數知) 바다의 모든 물을 남김없이 마실 수 있다고 해도(大海中水可飮盡) 허공을 헤아리고 바람을 묶을 수 있다고 할지라도(虛空可量風可繫)”
스승의 업적은 말로써 표현할 수가 없노라고 외쳤다. 과장법이 어떤 것인지를 그 진수를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자화자찬, 최고의 과장법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과장법은 자화자찬이다. 자기가 자기를 칭찬하고 대접하는 유치한 방식이긴 하지만, 사실 보통사람들은 이 맛에 살아간다. 자아도취를 고전적으로는 나르시즘, 요새 젊은이 용어로는‘자뻑(자기가 자기에게 뻑~하고 갈 만큼 반하는)’이라고 했다. 시대를 막론하고 자아도취는 누구에게나 잠재된 심리상태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누구든지 나름 제 잘난 맛에 사는 까닭이다.
『보림전』 권2에서 미차가(彌遮迦) 선인은 자기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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