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빛의 말씀]
불생불멸不生不滅과 중도中道
페이지 정보
성철스님 / 2019 년 9 월 [통권 제77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5,431회 / 댓글0건본문
성철 스님 | 대한불교조계종 제6·7대 종정
흔히 중도를 변증법과 같이 말하는데, 헤겔F.Hegel의 변증법에서는 모순의 대립이 시간적 간격을 두고서 발전해 가는 과정을 말하지만 불교에서는 모순의 대립이 직접 상통합니다. 즉 모든 것이 상대를 떠나서 융합됩니다. 그래서 있는 것이 즉 없는 것, 없는 것이 즉 있는 것, 시是가 즉 비非, 비가 즉 시가 되어 모든 시비, 모든 투쟁, 모든 상대가 완전히 사라지고 모든 모순과 대립을 떠날 것 같으면 싸움하려야 싸움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것이 극락이고, 천당이고, 절대세계絶對世界다 그 말입니다. 그래서 “이 법이 법의 자리에 머물러서 세간상 이대로가 상주불멸이다〔시법주법위是法住法位 세간상상주世間相常住〕.” 이 말입니다.
보통 피상적으로 볼 때 이 세간이라는 것은 전부가 자꾸 났다가 없어지고 났다가 없어지고 하는 것이지만, 그 실상實相 즉 참모습은 상주불멸, 불생불멸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불생불멸의 원리는 어디서 꾸어온 것인가? 그것이 아닙니다. 이 우주 전체 이대로가 본래로 불생불멸입니다. 일체 만법이 불생불멸인 것을 확실히 알고 이것을 바로 깨치고 이대로만 알아서 나갈 것 같으면, 천당도 극락도 필요 없고 앉은 자리 선 자리 이대로가 절대의 세계입니다.
불교에서는 근본적으로 현실이 절대라는 것을 주장합니다. 눈만 뜨고 보면 사바세계 그대로가 극락세계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절대의 세계를 딴 데 가서 찾으려 하지 말고 자기 마음의 눈을 뜨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눈만 뜨고 보면 태양이 온 우주를 비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좋고 참다운 절대의 세계를 놔두고 “염불하여 극락 간다” “예수 믿어 천당 간다” 그런 소리 할 필요가 있습니까? 바로 알고 보면 우리 앉은 자리 선 자리 이대로가 절대의 세계입니다. 그러면 경계선은 어디 있느냐 하면 눈을 뜨면 불생불멸 절대의 세계이고, 눈을 뜨지 못하면 생멸의 세계, 상대의 세계여서 캄캄한 밤중이다 이 말입니다. … (하략) ….
│1981년 1월6일, 방장 대중법어│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많이 본 뉴스
-
인간은 울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천년 고도 교토에는 수많은 정원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료안지龍安寺나 다이토쿠지大德寺처럼 사찰의 방장 정원이거나, 가쓰라리큐桂離宮, 슈가쿠인리큐修學院離宮처럼 황실 정원입니다. 정원에 가더라도 거기 있…
서종택 /
-
팔순八旬에 다시 보이는 성철 큰스님 유필
아마도 우리 세대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사람이 일흔 살까지 산다는 것은 예로부터 드문 일’이라는 말을 젊은 날부터 귀가 따갑게 들으며 살아왔고, 소납도 70살까지 살면 다행이다 하…
원택스님 /
-
말법시대 불명참회와 53불신앙
지난 호에서 살펴본 윈강 11굴 태화 7년(483) 명문과 석경산 뇌음동의 참회의식은 당시 수행자가 말법시대를 대비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북위 효문제(재위 471∼499) 때 조성된 윈강 11굴…
고혜련 /
-
불교에서 유래한 고려시대 대표과자 유밀과
찬란하게 아름다웠던 벚꽃의 향연은 막을 내리고 연둣빛이 선연히 짙어가는 5월입니다. 마치 차례로 줄을 서서 4월이 밀어 올린 기운을 받아 5월은 더욱 찬란하게 되는 느낌입니다. 장미꽃의 붉은 향기는…
박성희 /
-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연꽃은 불교를 선명하게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다. 진흙탕 안에서도 고아한 모습으로 그 자태를 은근히 드러내지만 그것을 자랑으로 삼지 아니한다. 연은 잎에서부터 뿌리며 씨앗까지 인간 삶에 어느 하나 …
김세리 /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