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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바다 붉은 해 솟아 오르네

저자·역자 원택 출간일11/04/2015
책정보페이지: 328판형: ISBN:978-89-9390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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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아침바다 붉은 해 솟아 오르네』는 ‘성철 사상’의 핵심을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법어집 《백일법문》, 《선문정로》, 《본지풍광》을 쉽게 풀어 낸 책이다. 이 책에서는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서재영 박사가 《백일법문》을, 부산 동의대 중문과 강경구 교수가 《선문정로》를, 가산불교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영욱 박사가 《본지풍광》을 쉽고 명쾌한 글로 각각 해설해 주었습니다. 또 뉴욕 스토니부룩대 박성배 교수의 ‘돈오돈수설의 종교성에 대하여’와 중앙승가대 도서관장이자 서울 삼정사 주지인 원소 스님(성철 스님 상좌)의 ‘곁에서 본 성철 스님’ 원고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저자소개

목차
인사말 … 4


천년의 침묵을 깨는 사자후… 서재영 …17
- 『백일법문』을 중심으로 -

『선문정로』 설법의 맥락과 특징… 강경구 …89

『본지풍광』의 화두와 현재적 의미… 김영욱 …165

돈오돈수설의 종교성에 대하여… 박성배 …237

곁에서 본 성철스님… 원소 …277


성철스님 행장 … 324

책속으로

머리말
인사말


지난 2012년 3월 11일은 성철대종사 탄신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조계사 창건 이후 처음으로 ‘퇴옹당 성철대종사 탄신 100주년 기념법회’ 현수막을 조계사 대웅전 현판 바로 밑에 걸고 장엄하게 법회를 봉행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큰스님의 가르침을 따르던 불자들이 기념법회를 마치고 나서 기뻐했던 기억입니다.
기념법회 전날 조계사 대웅전에서 실시한 철야 삼천배 법회에는 700여 명의 대중이 참여하였는데 500명 넘게 동참한 백련암 신도들이 삼천배를 마친 후 모두 감격해 마지않던 일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성황리에 100주년 기념법회를 마쳤건만 저의 마음 한구석은 기쁘면서도 허전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큰스님께서는 1967년에 해인총림의 초대방장으로 추대되어 선열당 방장실에 머무시며, 그 해 동안거를 맞아 보름마다 상당법문과 사부대중을 위해 100여일 동안 불교 이론과 수행에 대한 법문을 하셨습니다. 큰스님께서 백일법문을 설법하신 지 25년 만에 당시 녹음했던 릴테이프를 일반테이프로 옮기고 녹취 정리하여 1992년 4월 30일 『백일법문』 상·하 두 권으로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04년 3월 25일에는 불필스님 고희기념으로 『백일법문』 CD 3장과 『성철스님 백일법문 노트』라는 소책자를 전국 선원에 법보시하였습니다.
그런데 1967년 당시 백일법문을 CD 3장에 담고 스님의 육성을 들어보다가 1992년 간행된 『백일법문』 상·하의 내용이 상당히 누락된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2007년 경에 ‘성철스님 100주년 기념법회’에 맞추어 『백일법문』을 다시 발간할 것을 결심하고, 백일법문 테이프를 다시 녹취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5년이 지나 ‘탄신 100주년’이 되어서도 『백일법문』을 완성하지 못했고, 다음 해 ‘성철스님 열반 20주기’ 때도 『백일법문』을 정리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다 2014년 11월 14일 마침내 『백일법문』 개정증보판을 상·중·하 3권으로 세상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소납이 출가(1972년)하기 5년 전인 1967년, 큰스님께서 동안거 100여 일 동안 사자후를 하셨고, 산문에 든 지 40여 년이 지나 어느덧 고희를 맞는 해에 『백일법문』 개정증보판을 세상에 내놓게 되니 큰스님께서 백일법문을 하신 지 47년 만이라 그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상좌로서의 책무를 비로소 마친 듯 했습니다.
몇 년 전, 수좌인 맏상좌가 말을 꺼냈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스님께서 고희가 되시는데 그동안 발표한 글을 모아 고희집을 만들어 드렸으면 합니다.”
“내 이미 『성철스님 시봉이야기』 1, 2권에 할 이야기를 다 했는데 무슨 책을 또 만드느냐? 내가 출가해 오로지 백련암에 살면서 큰스님을 모시고 또 열반에 드신 이후에는 큰스님의 행적과 사상을 정리하여 선양하는 데 매달려 살다 보니 상좌들과 국내 여행도 한번 못했다. 내 비용은 내가 마련할 터이니 너희 비용은 너희가 마련하여 함께 유럽여행이나 가자.”
그러나 저희들끼리 의논한다더니 그 뒤로 흐지부지 되어버렸는지 ‘고희맞이 은사와 상좌의 유럽여행’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 책이 나오는 데는 맏상좌의 아이디어가 한 몫을 한 셈이 되었습니다.
TV에서 가끔 유럽의 웅장한 종교 문화유산과 유명 개인유물관들을 보노라면, 큰스님 추모사업을 진행하면서 유럽여행을 하였더라면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컸습니다.
그러던 차에 어느 날, ‘나를 위한 고희집이 아니라 큰스님을 위한 고희집’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평소 큰스님 사상과 백일법문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오신 서재영 박사님에게 의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세속의 나이 벌써 고희가 되었습니다. 상좌들이 고희집을 운위하는데, 학자도 아니고 법문을 업으로 하는 사람도 아닌 저에겐 어림없는 일입니다. 다만 세월이 이만큼 되고 보니 큰스님의 저서인 『백일법문』, 『선문정로』, 『본지풍광』을 논문 형식이 아닌 쉬운 말로 풀어 큰스님의 사상을 전하는 고희집을 출간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학자들은 논문 쓰는 것을 편하게 여기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큰스님을 위한 스님의 고희집이라 하시니, 몇 분 선생님들과 의논을 해 보겠습니다.”
그리하여 『백일법문』은 불광연구원의 책임연구원 서재영 박사님, 『선문정로』는 부산 동의대 중문학과의 강경구 교수님, 『본지풍광』은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의 책임연구원 김영욱 박사님, 큰스님의 사상 일반은 뉴욕 스토니부룩대 교수이신 박성배 교수님, 큰스님의 일상생활 모습은 상좌인 원소스님(철학박사)이 맡아 주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고희집의 원고 정리가 끝나갈 무렵, 그동안 발간준비를 하던 『백일법문』 개정증보판 상·중·하 3권을 출간하게 되어 서재영 박사님이 맡은 『백일법문』의 내용에 보완할 필요가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큰스님을 위한 고희집 출간이 해를 넘기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1967년 동안거 때 큰스님께서 설법하신 백일법문을 47년 만에 원음에 충실하게 정리, 보완하여 개정증보판을 출간하고 저는 큰스님의 진영 앞에 3권의 책을 모셔놓고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에 한없이 참회를 올렸습니다.
“스님, 스님께서 하신 설법을 오늘처럼 잘 정리하여 1970년쯤에 출간하였더라면 스님의 위상은 더없이 높아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느 수행자들이 따르기 힘든 10년 가까운 장좌불와, 성전암에서의 동구불출, 10년의 실참실수, 그리고 방대한 독서력과 선교(禪敎)에 걸친 중도 관점에서의 탁월한 논점 정리는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 독보적인 안목이 널리 빛을 발하셨을 것이며, 불교 학계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을 것입니다. 설법하신 지 50년 가까이 되어 겨우 완성된 『백일법문』을 내놓게 되니, 스님의 진면목을 일찍 세상에 알리지 못한 죄가 너무너무 큽니다.”
이제 저는 이런 참회의 마음으로 『아침바다 붉은 해 솟아 오르네』라는 제목으로 소납의 고희 참회집을 내어 놓습니다.
세 분 박사님의 논평 내용을 간단히 살펴 볼까 합니다.
서재영 박사님은 ‘천년의 침묵을 깨는 사자후’라는 제목하에 『백일법문』에 대한 글을 써주셨습니다.
“1960년대의 한국불교계는 정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앞날을 예견할 수 없을 만큼 암울한 격동의 나날이었다. 성철스님의 백일법문은 바로 이와 같은 시대적 어둠 속에서 포효처럼 울려 퍼진 사자후였다. 이런 맥락에서 『백일법문』은 다음과 같은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백일법문』은 학문을 직업으로 삼는 학자의 저작이 아니라 종교적 전통성과 권위를 담지(擔持)한 종정 스님의 저작이라는 점에서 다른 어떤 전문서적 못지않은 종교적 신뢰성을 갖고 있다.
둘째, 『백일법문』의 주제는 불교의 핵심적 사상, 돈오돈수(頓悟頓修)와 같은 수증론(修證論) 등 심원한 불교사상과 수행에 관련된 내용들이 담겨 있다. 만약 이와 같은 주제들이 실천이 결여된 채 문헌적 탐구를 통해 기술된 것이라면 종교적 의미성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백일법문』은 평생 수행으로 일관한 투철한 수행자가 펼친 법문이라는 점에서 내면적 검증을 거친 저서라고 볼 수 있다.
셋째, 『백일법문』은 방대한 인용문헌에서 볼 수 있듯이 전문 논저로서도 손색없는 위상을 갖고 있으며, 여타 스님들의 저작과도 뚜렷한 차별성을 가진다.
넷째, 『백일법문』은 부처님의 올바른 가르침으로 돌아감으로써 불교의 본래성을 회복하자는 성철스님의 투철한 가치관이 배어 있는 저서다. 『백일법문』에 흐르고 있는 주제의식은 도도하리만치 불교의 본질적 주제에 철저하다. 이는 근대 이후 발간된 불교권의 저작들을 통해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백일법문』만의 특징이자 가치이기도 하다.
한편 불교의 근본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부처님을 넘어서려는 각종 종파주의는 배격된다. 이는 교판이 등장한 이후 동아시아 불교계에서 볼 수 없었던 주장이다. 어떤 측면에서 중국의 천태종, 화엄종 등 교판이 풍미한 이후 1500년 만에 우리 불교계에서 아함과 초기불교 교설의 가치를 회복시킨 일대 사건이라도 해도 좋을 것이다.”
다음은 강경구 교수님의 글을 소개합니다.
강경구 교수님은 동아시아 불교문화 논집 제15집(2013.여름)에 실린 ‘『선문정로』 문장인용의 특징에 관한 고찰’이라는 논문을 접하고서 인연이 되어, 이번에 ‘『선문정로』 설법의 맥락과 특징’이라는 제목의 글을 써주셨습니다.
동아시아 불교문화 논집에 실린 논문의 서론을 인용해 봅니다.
“본고에서는 『선문정로(禪門正路)』의 문장인용 방식에 대한 고찰을 통해 그 인용방식의 특징들과 의미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개관하자면 『선문정로』의 문장인용에는 일반적인 직접 인용 외에 문맥조절, 생략, 추가, 수정, 문장의 재구성 등과 같은 주목할 만한 특징들이 발견된다. 그것은 학문적 논리의 정합성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보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며, 자칫 『선문정로』의 안목에 대한 의혹으로 연결될 수 있는 특징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문정로』 문장인용의 특징을 밝히고 그 의미를 고찰할 필요성은 여전히 남는다. 이를 통해 성철스님이 종지로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라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경구 교수님은 이번 논평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계십니다.
“『선문정로』는 성철스님의 수행 및 깨달음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집필된 책이라 평가된다. 이 책의 인용문은 전부 성철스님의 발언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인용문에 개입하여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문의 생략과 추가에 자유롭고, 완전히 새로운 문장을 구성하는 경우도 있으며, 문맥을 달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학문적 엄밀성이 부족하다는 학자들의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인용문에 개입하여 자기화하는 일은 중국의 전통적 글쓰기나 선사들의 설법에 드물지 않게 발견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따라서 논의의 편의성과 권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용한 문장이라 해도 결국은 성철스님의 발언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선문정로』의 인용문은 보기 드문 일관성을 유지하게 된다. 다양한 성분들이 성철스님의 용광로를 통과하면서 하나로 통일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을 기억하면서 『선문정로』의 길을 따라가기로 하자.”
강 교수님의 위와 같은 표현처럼 『선문정로』를 한결 편하게 접근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본지풍광』 역주, 그 틀과 방향에 대한 시론’이란 제목의 논문에 실렸던 김영욱 박사님의 글중 일부분입니다.
“퇴옹성철 스님이 지닌 ‘간화선사’로서의 면모가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물증을 우리는 『본지풍광(本地風光)』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간화선을 수행의 핵심으로 삼는 한국 불교에서 실수(實修)를 겸한 선사가 간화선의 전통과 근거를 하나하나 밟아가며 그 종지를 제시한 현대의 작품으로 이 책과 비견할 만한 짝은 없다. 이 책에 실린 공안과 그에 대한 퇴옹의 사자후는 구절마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화두공부의 극치임을 보여준다.”
김영욱 박사님은 이번 논평문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성철스님은 이 책에서 자신을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다. 스님의 저술 가운데 선사로서의 진면목을 이처럼 철저하게 담은 책은 없다. 동시에 그 진면목을 깊이 숨기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 책은 해독하기 쉽지 않아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접근이 허용되어 왔다. 더구나 『본지풍광』은 다른 저술들에 가려져 늘 뒷전에 밀려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 성철선의 핵심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본지풍광』을 제외하고는 스님에 대하여 아무리 비난하여도 허공에 삿대질하는 격이고, 반면에 어떤 찬사로써 추어올리더라도 『본지풍광』의 진면목에 뿌리내리지 않으면 이 또한 터무니없는 소리일 뿐이다. 이런 방식의 칭찬과 비난은 모두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맹목적 견해에 불과하다.
『본지풍광』은 한 구절 한 구절마다 보옥을 쏟아낸다. 선(禪)의 정수를 꿰뚫어본 안목의 결과물로 이 책은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본지풍광』은 칼날이나 쇠몽둥이와 같은 무기를 저장하고 있는 창고라 할 수 있다. 그 무기가 화두(話頭) 또는 공안(公案)이며 이러한 성격의 책을 공안집(公案集)이라 한다. 『본지풍광』은 성철스님이 여러 공안을 추출하여 그것을 당신의 안목으로 새롭게 재정비한 작품으로서 전통 공안집의 형식과 정신적 골수를 그대로 담고 있다. 이는 근현대 한국불교사에서 빛나는 유산 중 하나이면서 전통 공안집 형식으로서는 마지막 유산이기도 하다.”

우주의 진리를 깨치는 불교의 진리 체득이 어찌 쉬울 수가 있겠습니까? 성실하고 박학한 학자님들의 붓끝을 빌어 큰스님의 사상과 가르침을 쉽게 풀어 놓았으니, 진리를 깨쳐 성불하고자 하는 부처님 제자들에게 어둠을 밝히는 훌륭한 횃불이 되기를 바랍니다.
3·1절 아침에 때 아니게 내린 함박눈 덕분에 가야산 백련암의 풍광이 더없이 아름답고 신성하기 그지없습니다.

갑오년 동안거 해제일을 앞두고
해인사 백련암 원택 화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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