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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성철스님이 가려 뽑은 한글 선어록 제5권 『마음 닦는 요긴한 편지글』은 원오극근 스님의 원오심요가 담겨 있다. [원오선사심요』는 『벽암록』으로 널리 알려진 불과 원오극근 스님에게 당시 법을 묻는 선승과 사대부들, 그리고 제자들에게 답서로 써 보낸 편지글을 모아 펴낸 서간집이다. 옛 선지식들의 기연이나 말씀들을 종지를 이해하는 착안점으로 제시하면서, 참선하는 납자의 본분자세나 선지식으로서 가져야 할 안목과 삶의 태도 등을 편지 받을 사람의 공부 정도와 그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가며 자세하게 지시해주고 있다.저자소개
목차
한글 선어록을 발간하면서 … 005해제(解題) … 009
원오심요(悟心要) 서(序) … 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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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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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화장(華藏) 명(明) 수좌(首座)에게 주는 글… 026
02. 장선무(張宣撫) 상공(相公)에게 드리는 글… 042
03. 장선무(張宣撫) 상공(相公)에게 함께 부치는 글… 044
04. 원(圓) 수좌(首座)에게 주는 글… 049
05. 유(裕) 서기(書記)에게 주는 글… 059
06. 융(隆) 지장(知藏)에게 주는 글… 066
07. 법왕(法王)의 충(沖) 장로(長老)에게 주는 글… 072
08. 법제(法濟) 선사(禪師)에게 주는 글… 079
09. 고() 서기(書記)에게 주는 글…082
10. 보령(報寧)의 정(靜) 장로(長老)에게 주는 글… 088
11. 개성사(開聖寺) 융(隆) 장로(長老)에게 주는 글… 093
12. 보현사(普賢寺) 문(文) 장로(長老)에게 주는 글… 095
13. 정주(鼎州) 덕산(德山) 정(靜) 장로에게 주는 글…102
14. 담주(潭州) 지도(智度) 각(覺) 장로에게 주는 글… 104
15. 촉중(蜀中)의 축봉(鷲峰) 장로에게 주는 글… 107
16. 현(顯) 상인(上人)에게 주는 글… 110
17. 간(諫) 장로에게 주는 글… 115
18. 원(元) 선객(禪客)에게 주는 글… 117
19. 고() 선인(禪人)에게 주는 글…119
20. 온초(蘊初) 감사(監寺)에게 주는 글… 121
21. 일(一) 서기(書記)에게 주는 글… 124
22. 일(一) 서기(書記)에게 준 법어에 덧붙여… 127
23. 종각(宗覺) 선인(禪人)에게 주는 글… 130
24. 광(光) 선인(禪人)에게 주는 글… 136
25. 민(民) 선인(禪人)에게 주는 글… 138
26. 재(才) 선인(禪人)에게 주는 글… 141
27. 찬(璨) 상인(上人)에게 주는 글… 151
28. 찬(璨) 상인(上人)에게 주는 글… 156
29. 영(寧) 부사(副寺)에게 주는 글… 160
30. 상(詳) 선인(禪人)에게 주는 글… 161
31. 혜(慧) 선인(禪...(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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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화장(華藏) 명(明)수좌(首座)에게 주는 글
강녕부(江寧府) 천녕사(天寧寺)에 머물다
곧바로 보여주는 조사선에 어찌 샛길을 용납하리오. 여기서는 향상인(向上人)만을 오직 귀하게 여길 뿐이다. 그들은 듣자마자 곧 들어 보이고 뽑아들자마자 당장 가니, 설사 밝은 눈으로 엿본다 해도 벌써 바보짓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한 모서리를 들어 주었는데도 나머지 세 모서리를 돌이켜 알지 못하는 사람은, 내 상대하지 않겠다.”라고 하였으니, 하나를 들면 나머지 셋을 알고 눈대중으로 아주 작은 차이를 알아내어 수레바퀴가 데굴데굴 굴러가듯 전혀 막힘이 없어야 ‘향상의 수단을 쓴다[提持]’고 할 수 있으리라.
듣지 못하였느냐? 양수(良遂)스님이 마곡(麻谷)스님을 찾아뵈었을 때, 뵙자마자 마곡스님은 방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아 버렸다. 그가 의심을 품고 있다가 두 번째 다시 찾아뵙자 이번에는 마곡스님이 채소밭으로 휙 가버렸다. 그러자 양수스님은 단박에 깨닫고 마곡스님에게 말하였다.
“스님! 저를 속이지 마십시오. 스님을 찾아와 뵙지 않았더라면 일생을 12부 경론에 속아서 지낼 뻔하였습니다.”
이렇게 한 것을 보면 그는 참으로 힘을 덜었다[省力] 하겠다.
양수스님은 되돌아와서 대중들에게 말하기를, “여러분이 아는 것을 나는 모조리 알지만 내가 아는 것은 여러분이 모르리라.” 하였다.
확실하게 알라. 양수스님이 안다 한 것은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자리여서 다른 사람들이 결코 알아차리지 못하니 진짜 사자라 할 만하다. 그 집안의 종지를 잇는 법손이 되려면 반드시 그의 경지를 벗어나야만 할 것이다.
달마(達摩)스님이 양(梁)나라에 갔다가 위(魏)나라로 가서 낙초자비(落草慈悲)로 사람을 찾으며 소림(少林)에서 9년을 홀로 앉아 있었다. 이때 깊은 눈 속에서 한 사람을 만났는데 마지막에 “무엇을 얻었느냐?”고 묻자 다만 세 번 절하고 제자리에 가만히 서니 마침내 “골수를 얻었다.”는 말이 있게 되었다.
그로부터 그루터기를 지켜 토끼를 기다리는[守株待兎] 무리들이 앞을 다투어 ‘말없이 절하고 제자리에 선 것’이 골수를 얻은 심오한 이치라고 여기게 되었다. 그들은 칼이 멀어진 지가 오래인 줄은 전혀 모르고 이제야 뱃전에 새기는 격[刻舟求劍]이니 어찌 꿈엔들 달마스님을 뵐 수 있겠는가.
진정한 본색도류(本色道流)라면 반드시 정견(情見)을 벗어나서 별도의 생애를 설정해야 하는 것이니, 결코 썩은 물속에서 살아날 계책을 짓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이 집안의 가업을 계승하리라. 여기에 이르러서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법이 있다는 사실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 말하자면 유하혜(柳下惠)의 일을 잘 배우면서도 결코 그의 자취를 본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옛사람은 “합당한 한마디 말이 만 겁에 노새를 매는 말뚝이다.”라고 하였는데, 참으로 옳다.
머리말
『원오선사심요(悟禪師心要)』는 『벽암록(碧巖錄)』으로 널리 알려진 불과(佛果) 원오극근(悟克勤, 1063~1135, 임제종 양기파) 스님에게 당시 법을 묻는 선승과 사대부들, 그리고 제자들에게 답서로 써 보낸 편지글을 모아 펴낸 서간집이다.원오극근 선사는 팽주(彭州), 즉 사천성(四川省, 중국 서쪽 내륙의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이자, 서역으로 가는 관문이었던 촉[蜀] 땅) 성도부(成都府) 사람으로 자(字)는 무착(無着), 속성은 락(駱) 씨이다. 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