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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다도]
차에 담긴 마음, 비물질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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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룡  /  2022 년 3 월 [통권 제107호]  /     /  작성일22-03-04 10:13  /   조회3,419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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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茶道 15 | 명등계 ③

 

컴퓨터 통신을 통한 하이텔의 불교동호회 내의 소모임인 명등계는 두 달에 한 번씩 오프라인 모임을 해왔었다. 이번 호에서는 1995년 범현스님(주1)의 주선으로 초연암草戀菴(주2)에서 열린 차모임에서 경험한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자 한다. 

 

차에 마음담기

 

초연암 암주 명은당 보살이 차를 우리면서 차에 마음을 담아 보자고 제안하였다. 차 우림그릇에 차를 넣고 물을 부은 후, 양손으로 차 우림그릇을 잡고 1분 이상 ‘이 차가 맛있게 우러나서 마시는 이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기’를 염원한다. 그리고 다음 옆 사람에게 전해줄 때 그 염원이 끊이지 않고 지속되도록 두 사람이 5~10초 정도 동시에 잡고 염원을 한다.

 

사진 1. 차에 마음을 담다. 


사진 2. 옆 사람에게 끊어지지 않게 전하고 있음. 

 

이런 식으로 차회에 모인 20여 대중이 모두 염원을 마치니 반 시간이 넘게 흘렀다. 그리고 그 염원이 담긴 차를 조금씩 나누어 마셨는데 차를 맛본 모두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차의 맛이 지금까지 수없이 마셨던 차들의 맛보다 탁월하게 좋았기 때문이다.

 

차 우림의 과학

 

차를 우린다는 것은 차에 있는 기능성 물질이 물에 침출되어 나오는 것을 이른다. 모든 화학반응은 얼거나 증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온도가 섭씨 10도 올라가면 두 배가 되고, 10도가 내려가게 되면 반으로 주는 것이 법칙이다. 

 

 

  

예를 들면 같은 차로 50도에서 2분 우린 차, 60도에서 1분 우린 차 그리고 70도에서 30초 우린 차의 맛이 비슷하다. 그리고 차의 맛은 신맛과 떫은맛의 조화인데 신맛 성분의 카페인caffeine은 1~2분 사이에 비교적 빨리 우러나오고, 떫은맛의 탄닌tannin은 상당한 시간이 걸려 천천히 우러나온다. 그래서 차를 맛있게 우린다는 것은 이 쓴맛과 떫은맛의 비율을 잘 맞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를 차 우림그릇에 넣고 반 시간 이상 염원을 했다는 것은 반 시간 이상 차를 침출했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차의 맛이 떫어서 마실 수 없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그 맛이 뛰어났을까? 그렇다고 그때 우린 차가 우전차처럼 떫은맛이 적게 함유된 차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음식의 맛

 

서양은 시고, 쓰고, 달고, 짠, 4가지 기본 맛을 중시하나 동양에서는 거기에 매운맛을 추가하여 5미를 기본으로 한다. 현대 과학에서는 과실이나 과즙의 맛을 당산비(주3)로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맛에 대해 이와는 조금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

 

사진 3. 식품비물질에너지학 연구실.  


사진 4. 식품과 비물질에너지학 개설기념 특강

 

옛말에 염매상득鹽梅相得이라는 말이 있다. 신맛은 짠맛을 부드럽게 해주고 짠맛은 신맛을 부드럽게 해주기 때문에, 짜지도 시지도 않게 잘 조화를 이루어야 맛있는 국이 된다는 뜻이다. 과실이나 음료의 단맛과 신맛, 포도주의 단맛, 신맛, 떫은맛, 국이나 반찬의 짠맛, 단맛, 신맛 등 모든 맛은 하모니를 이루어 조화로워야 맛있게 되는 것이다. 차를 우리는 것도 음식을 조리하는 것도 모두 양변에 치우치지 않고 조화로움을 연습하는 하나의 방편인 것이다. 여기에 조리사의 기운이 첨가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특히 차의 맛은 오체일미五體一味라 하여 시고, 쓰고, 달고, 떫고/맵고, 짠맛이 한데 어울려서 어느 맛에도 치우치지 않는 조화로운 한 맛을 이룰 때 가장 좋다고 한다. 우리말에 ‘멋’이라는 말이 있다. 멋은 가장 잘 어울릴 때 ‘멋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멋은 ‘맛’에서 나왔다. 어느 맛에도 치우치지 않으며 모든 맛을 다 함유하고 있는 차의 맛, 그것이 크게 어울림이요, 멋이요, 중정中正이요, 중화中和요, 중용中庸이요, 중도中道인 것이다.

 

식품의 품질 평가, 비물질에너지의 작용

 

초연암에서 차회를 한 후 8년이 지난 2003년에 초연암에서 마셨던 그 차가 그리도 맛있었던 이유가 ‘비물질에너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의 맛은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차, 혀, 마음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은 이미 전술하였다(주4). 차의 맛을 구성하는 외적 요소는 차, 물, 불, 그릇, 장소, 그리고 차 우리는 사람[茶角]이다. 아주 중요한 사실은 앞의 5개의 요소를 차 우리는 사람의 기운으로 어느 정도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품의 품질 평가는 물질적인 평가와 비물질적인 평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필자는 2003년부터 주장해 오고 있다. 연구실 명칭을 식품분석학 연구실에서 식품비물질에너지학 연구실로 바꾸고, ‘식품과 비물질에너지학’이라는 과목도 새로이 개설하였다.

 

오늘날 서양식으로 영양성분과 같은 물질적인 요소를 중요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는 옛날부터 음식의 기운을 섭취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는 것을 상기想起해야 한다. 요리 잘하는 비결은 음식에 내 마음, 즉 비물질에너지를 담는 것이다(주5).

 

동서양의 생각 차이

 

우리는 인간을 소우주로 보고 인간이 자연의 이치에 맞게 살면 건강하고 자연의 이치에 어긋나면 질병이 생긴다고 생각해 왔다. 유교의 가르침도 인간이 자연의 이치에 맞게 살기 위한 가르침이다.

즉, 동양인들은 이 우주 공간이 서로의 관계성으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공간에 가득 찬 연관 관계가 모여서 사물을 이루고, 사물은 주변과의 관계가 항상 연결된 상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반면에 서양인들은 두 물체가 떨어져 있으면 상호작용할 수 없다고 믿었다. 두 물체 사이의 공간은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어떤 물체가 가지는 특성을 알기 위해서는 그 물질을 쪼개서 그것을 구성하는 성분을 알아내는 것이 서양의 자연과학이다. 그래서 원소를 발견하고 세포를 발견하고 분자, 원자, 원자핵, 양성자, 중성자, 양전자, 중간자, 소립자 그리고 광자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예를 들어 온도라고 하는 것이 물질의 상태일 뿐 물질을 떠난 온도가 따로 없듯이 공간이라고 하는 것도 물질의 간극일 뿐 물질을 떠나서 따로 존재할 수 없다. 시간도 역시 온도처럼 물질의 상태를 표시하는 것이지 물질이 없는데 시간만 따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동양에서는 사물의 특성이라고 하는 것은 다른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파악되기 때문에 차를 평가할 때 서양에서는 그것을 구성하는 성분들을 알아내어 특성을 규명하려고 한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그것의 다른 사물과의 관계 즉 차를 생산하는 재배 환경이나 그것을 생산하는 농부의 정성까지도 파악함으로써 차의 특성을 파악했던 것이다.

 

서양은 병이 나면 무엇 때문에 병이 났는지 그 원인물질을 찾으려고 한다. 병균이나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그것을 죽여 버리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 결과 서양의학은 많은 병들을 정복했으나 병균과 바이러스의 내성을 길러서 슈퍼 박테리아, 슈퍼 바이러스를 양산하게 되어 인류가 병에 의해서 전멸할 수 있는 위기상황을 조성한 것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병이 나면 신체의 균형이 깨어진 것이라고 보고 그 깨어진 균형을 바로 잡으려고 한다.

 

산삼과 인삼의 차이를 규명하는 것에서도 동서양의 인식의 차이를 알아차릴 수 있다. 서양의 분석적 개념으로는 아무리 물질을 분석해도 산삼과 인삼의 개체 간의 차이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나, 동양적 개념으로는 산삼은 인삼과 달리 우주의 수많은 별들과 수십 년 동안 한자리에서 땅과 하늘이 동조된 비물질에너지를 섭취하여 사람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는 사실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서양의 대표적 언어인 영어로 차를 더 마시겠느냐고 물을 때 “more tea?”라고 한다. ‘차’라는 명사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나 우리는 “더 마실래?”라고 묻는다. 차와 사람과의 관계인 ‘마시다’라는 동사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이는 사람과 차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를 마실 때에도 차는 화학비료나 농약을 치지 않고 정성들여 재배한 것, 물도 전기의 기운으로 정제하지 않고 자연히 흐르는 것, 불도 전기 포트로 끓인 물보다는 가스나 연탄 숯으로 끓인 것, 그릇도 차의 기운을 감소시키지 않을 정성으로 빚은 것, 차 마시는 장소도 수맥이 흐르거나 주위가 산만하지 않은 곳, 그리고 그것을 우리는 사람이 정성을 다하여 우리는 것을 포함하여 물질의 에너지보다 비물질에너지가 높은 차를 마셔야 하는 것이다.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능력이 몸속에 잠재되어 있으니 자신의 숨은 능력을 개발하고, 우주 만물의 관계성을 살피기 위해 열심히 정진하여, 비물질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힘을 길러, 차뿐만이 아니라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여 몸과 마음이 건강한 차인이 되기를 바란다.

 

 

주)

(주1) 범현스님은 용타스님으로부터 비구계를 받은 청화스님의 손상좌로 귀신사 주지를 역임하셨고, 명등계 발기인으로 지금까지 지도법사를 맡고 계신 선승이다.

(주2) 초연암草戀菴은 큰절에 속한 암자庵子가 아니라 전남 화순군 이양면 송정리 초당마을에 있는 작은 초가이다.

(주3) 당산비糖酸比, soluble solid-acid ratio는 당 함량을 산 함량으로 나눈 값으로, 당도와 산도의 비율을 말한다. 과실이나 주스의 맛을 평가하는 항목으로 사용하곤 한다.

(주4) 오상룡, 「색 향 미 한마음차선」, 『고경』 제100호(2021.08), pp.105∼113 참조.

(주5) 오상룡, 「우리음식의 특징과 차인」, 계간 『차생활』 11권 2호(2016 여름호), pp.40∼4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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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룡
계간 《차생활》 편집인. (사)설가차문화연구원 이사장, (사)생명축산연구협회 협회장, (사)아시아-태평양 지구생명 환경개선협회 협회장, (사)한국茶명상협회 이사·감사. 현 경북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명예교수. 『차도학』(국립 상주대 출판부, 2005) 이외 저 역서 다수. 「차의 품질평가」 등 논문 및 연구보고서 100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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