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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의 장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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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리  /  2022 년 10 월 [통권 제114호]  /     /  작성일22-10-05 13:16  /   조회2,364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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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의 장인을 찾아서10 | 문화재 복원 장인 임병시 대표

 

과학기술은 날로 빠르게 발전한다. 좀 더 효율적이면서 편리한 방식으로 그리고 그것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 더욱 빠르게 발전해 나간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2차원 평면 종이 프린터printer기도 충분히 편리하지만, 3차원 3D 입체 프린터를 만났을 때 일종의 경외감이 들었다. 

 

사진 1. 첨단장비를 구비한 전흥공예. 

 

3차원 도면 데이터를 이용하여 입체적인 물품이 눈앞에 똑같이 출력 되었을 때 그것은 하나의 마술 같았다. 화면 속의 그림이 내 손에 잡히다니 정말 놀라운 기술력이다. 물론 3D프린터가 우리 일상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그 활용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플라스틱, 고무, 금속, 세라믹과 같은 다양한 소재가 이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3D푸드 프린터’라고 하여 음식 분야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컴퓨터로 초콜릿 디저트를 예쁘게 그림 그리면 실제로 맛있는 디저트로 만들어져 맛있게 맛볼 수 있다는 뜻이다. 

 

사진 2. 3D프린터를 이용한 중간 과정.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우주에서 먹을 음식을 만들기 위해 피자나 햄버거를 만들 수 있는 3D푸드 프린터를 개발하기도 했다. 의료 분야는 가장 적극적으로 3D프린터 기술을 도입하여 관절, 치아, 두개골, 의수 등을 비롯한 인공 귀나 인공 장기를 만드는 데 이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불교미술, 공예분야에서도 3D프린터 기술을 사용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알아보았다.

 

전통공예, 3D프린터와 만나다

 

40년 이상 전통공예에 몸담은 ‘전흥공예’ 임병시 대표는 ‘문화재 복원 장인’으로 꼽힌다. 그 동안 불교 관련 미술을 중심으로 대규모 불상과 인물상 조각, 박물관 문화재 복원을 중점적으로 작업해 왔다. 그의 작업이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규모가 크지만 반면에 신속하다는 것, 반면에 무척 작고 세밀하고 초정밀한 작업도 가능하다는 것, 소재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만드는 장르도 상상을 초월한다. 토기, 도기, 고려청자는 물론 철기 등 그의 작업실은 마치 또 다른 박물관에 온 것 같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쓰이는 소품도 진품과 같이 제작한다고 하니 전흥공예에서 만들어지는 물건들의 쓰임의 범주는 매우 넓다.  

 

사진 3. 다양한 문화재 복원품. 

 

작업실은 일단 규모가 크고 첨단 장비의 종류가 대단히 많다. 전체를 돌아보는 데도 한참이 걸렸고, 각 실마다 전혀 다른 기계들이 다양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작업 범위가 폭넓은 이유이다.

일반적으로 3D프린터를 이용해서 공예품을 만들면 짧게는 2시간에서 길게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면서 20cm 크기의 불상 형상이 만들어지는데 사람이 만들게 되면 보통 보름에서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것에 비하면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기계의 정밀성과 빠른 장점이 있지만 마무리는 항상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섬세한 완결성을 위해서는 장인의 눈길과 손길이 필요한 법이다.  

 

사진 4. 영화 ‘도굴’에서 소품으로 쓰였던 불상. 

 

전흥공예가 전통공예 분야에서 국내 최고인 이유는 오랫동안 함께해 온 직원들의 역할이 크다. 직원들 모두가 단조, 주물, 조각,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임 대표와 수십년 호흡을 맞추고 있다. 임 대표는 “어떤 소재든, 어떤 모양이든 다 해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한뜻으로 일해 왔죠. 우리 13명이 각 분야의 전문가이고 오랜 기간 함께한 식구죠.”라고 말했다. 그의 말속에 애정과 자부심이 가득 담겨 있다.

 

전국에서 만나는 그의 큰 부처님들

 

우리나라의 명산 설악산에는 신흥사가 위치하고 있는데, 신흥사 일주문을 지나면 웅장하면서도 인자한 모습의 통일대불 청동 좌상을 만나게 된다. 우연히 지나던 설악산 등반객들이 통일대불을 만나게 되면 저절로 마음이 숙연해지게 된다. 그만큼 대불의 위엄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 5. 설악산 신흥사 대불 작업현장. 

 

사진 6. 완성된 설악산 신흥사 대불. 

 

높이 14.6m, 좌대 높이 4.3m, 좌대 직경은 13m, 소요 청동 108톤이며 좌대 조각은 통일을 기원하는 16 나한상이 새겨져 있다. 임병시 대표가 제작에 참여했고, 과정에서 늑골이 7대가 부러지는 큰 사고를 겪었다. 죽음의 문턱까지 경험해서일까 마음속에 특별하게 자리하시는 부처님이라고 한다. 

 

임 대표는 그 동안 유독 큰 부처님을 모시는 일들이 많았다. 조계사의 삼존불이나 일본 모리오카현의 대불, 목포 보현정사, 안성 정토사, 청평 약사사, 칠곡 위봉사 등 국내외 대규모 조형물 조성에 참여하였다. 대불을 조성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고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위안이 되는 일이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임한다고 한다. 

 

 사진 7. 조계사 삼존불.

사진 8. 조계사 삼존불 작업현장. 

 

임 대표의 손재주와 스케일은 특별하다. 새로운 기계를 다루는 것, 규모가 큰일에 도전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 물론 실패하거나 상처받는 일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물러서지는 않았다. 그런 날들이 모여 오늘이 있게 하였다.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

 

임병시 대표는 유독 호기심이 많다. 특히 옛것의 장점과 현대 과학기술을 응용하는 데 관심이 많다. 요즘 시간이 있을 때마다 주력하고 있는 것은 바로 ‘건칠석가모니불’이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건칠불상은 25점으로 이 중 보물이 9점이다. 매우 적은 수이다. 석불, 금동불, 철불, 목불은 딱딱한 바탕에 형상을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제거하는 방법이고, 건칠불은 진흙을 이용하여 살을 붙이는 방법이다.  

 

사진 9. 모리오까대불. 

 

흙으로 빚어 대체적인 형태를 만든 다음 그 위에 삼베를 입히고 칠을 바르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서 일정한 두께를 얻는다. 대형 불상의 경우 보통 일곱∼여덟 겹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기도 한다. 충분히 건조되면 표면에 목분칠(나무의 분말 등을 칠로 단단하게 반죽한 것)을 하거나 정교한 조각이 필요한 부분에는 석고를 입혀서 조각한다. 완전히 건조되면 속의 흙을 파내고 빈 부분에 나무 심을 짜 넣어 고정시킨 다음 표면에 채색을 하거나 도금을 하여 완성한다. 

 

사진 10. 건칠불상 과정.

 

사진 11. 건칠불상. 

 

옻칠을 한 건칠불은 매우 가볍고 천년이 넘어도 상하지 않는다. 건칠불상은 공간의 공기를 청정하게 만들고 벌레도 멀리하게 한다. 매력이 매우 많은 불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칠불상이 적은 이유는 만들기가 까다롭고 재료도 고가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계속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적 전승도 아쉽다고 한다. 임 대표는 건칠불이 가지는 매력이 너무 많기에 옻칠이 갖는 장점과 3D프린터 기술력을 결합해 본다고 한다. 과학기술도 중요하지만 옛것의 장점도 잊지 않고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 12. 전홍공예 임병시 대표.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옛 것만 고집하면 고루하다고 하고, 새로운 것만 찾으면 뿌리가 없어 무너지기 쉽다. 임병시 대표는 법고창신하는 사람이다. 옛것을 통해 새로운 한 걸음 나아가는 사람. 건강하게 그을린 얼굴에 피어오른 미소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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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리
중현中玄 김세리金世理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초빙교수. 한국차문화산업연구소 소장, 다산숲 자문위원. 성균예절차문화연구소, 중국 복건성 안계차 전문학교 고문. 대한민국 각 분야의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 어린 연구 중. 저서로 『동아시아차문화연대기-차의 시간을 걷다』, 『영화,차를 말하다 』『길 위의 우리 철학』, 『공감생활예절』 등이 있다.
sinbi-101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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