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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라 미술로 보는 부처님의 전법기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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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자  /  2019 년 3 월 [통권 제71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2,685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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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자 | 동국대 겸임교수 · 미술사

 

범천권청梵天勸請은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께 범천이 중생들을 위해 법을 설해 줄 것을 간청해 전법轉法이 이루어진 것으로, 불교가 세계적인 종교가 되는 계기가 된 사건이다.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고 나서 자신이 깨달은 바가 너무 심오해 중생들에게 법을 설해도 그들이 알아듣지 못할 것을 염려해 설법을 주저했다. 처음에는 제석천이 법을 설해 줄 것을 청했지만 부처님은 거절했다. 다음으로 범천이 세 번에 걸쳐 간곡하게 설법해 줄 것을 청하자 부처님은 설법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범천권청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부처님께 설법을 청하는 범천

 

부처님은 왜 제석천의 권청은 물리치고 범천의 권청을 받아들였을까? 이에 대한 답변은 기원전 2세기 경 그리스계의 메난드로스(Menandros, 또는 Milinda) 왕과 나가세나Nāgasena 스님과의 문답서인 『미린다팡하 Milindapañhā』와 『대지도론大智度論』 등에 잘 나타나 있다.

 

메난드로스 왕은 “부처님은 공포 때문에 설법을 망설인 겁니까? 아니면 설법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몸이 쇠약해져 있었기 때문입니까?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나가세나 스님은 “부처님께서 체득한 진리가 매우 심오해 보거나, 깨닫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았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대지도론』에서는 “부처님은 인간 세상에 태어나 대인大人의 법을 부리는 까닭에 비록 큰 자비가 있다 해도 청하지 않으면 말씀하지 않는다. 만일 청하지 않았는데도 말씀했다면 외도外道에게 조롱 받을 것이므로, 처음에는 반드시 청함을 기다리는 것이다. 또한 외도들은 범천을 숭상하는데 범천이 스스로 부처님께 청하면 곧 외도의 마음도 굴복한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간다라의 범천권청 장면은 중앙에 선정에 든 부처님이 있고, 양 옆에는 법을 청하는 범천과 제석천이 합장하고 서 있다. 부처님은 통상의 그리스 풍의 간다라 부처님과는 다른 외모를 하고 있는데,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두 발을 노출시킨 채 선정에 든 모습은 바로 인도의 요가 수행자의 자세에서 유래한 것이다. 부처님의 오른쪽[향좌측]에는 범천이, 왼쪽[향우측]에는 제석천이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 서 있다(사진 1).

 

 

 

 

사진 1. 범천이 부처님께 설법을 청하는 장면, 간다라(1세기 경), 미국 시카고박물관.

 

 

사진 2. 바라나시 갠지스강에서 만난 수행자, 2006년 촬영.

 

 

간다라 불전도 속의 범천은 수행자를, 제석천은 왕을 모델로 했기 때문에 서로 모습이 다르다. 범천은 수행자처럼 긴 머리칼을 올려 묶고 장신구를 걸치지 않은 모습인 반면, 제석천은 긴 머리칼 대신 터번을 쓰고 귀걸이, 목걸이, 팔찌 등의 장신구를 하고 있어 왕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인도 수행자들의 도시인 바라나시의 강가강[갠지스강]에서 만난 수행자는 간다라 불전도 속의 범천처럼 긴 머리칼을 올려묶고 길게 수염을 기른 모습이었다(사진 2).

 

다섯 수행자와의 재회

 

부처님은 범천으로부터 법을 설해 줄 것을 요청받은 후 고행을 함께 했던 다섯 수행자를 떠올리고는 바라나시의 녹야원에서 고행을 하고 있던 그들을 첫 설법 대상자로 삼았다. 멀리서 걸어오는 부처님을 본 그들은 못 본체하고 침묵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부처님이 다가오자 그들은 불이 타들어오는 조롱 속에 있는 새처럼 불안해져, 처음의 약속을 잊은 채 저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옛날과 다름없이 부처님을 맞아 시중을 들었다. 어떤 이는 3의三衣와 발우를 받아들고, 어떤 이는 앉을 자리를 마련하고, 어떤 이는 발 씻을 물을 떠오는 등 서로 다투어 시중을 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부처님을 고따마라고 불렀다.

 

 

사진3 . 다섯 수행자와 부처님이 재회한 차우칸디 언덕의 영불탑迎佛塔, 2006년 촬영

 

 

이에 부처님께서는 “너희들은 어찌하여 교만한 마음으로 어른의 성姓을 함부로 부르느냐? 자식이 부모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세속의 법에도 옳지 못하거늘, 하물며 일체 중생의 부모가 된 나를 그렇게 불러서야 되겠느냐?”라고 꾸짖었다. 그들 다섯 수행자는 아직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을 몰라 교만심 때문에 세속에 있을 때의 이름인 싯다르타, 성姓인 고타마 등으로 불렀다.

 

 

사진4 . 차우칸디 언덕의 망루에서 바라다본 녹야원 원경, 2006년 촬영

 

 

불교의 4대 성지 가운데 하나인 첫 설법지인 녹야원은 바라나시 시가지에서 북쪽으로 6km 지점인 사르나트Sārnath에 위치하고 있다. 녹야원에 도달하기 전에 다섯 수행자와 부처님께서 만났다는 차우칸디 언덕이 있다. 이곳에는 탑이 건립되었으나 이슬람 세력은 인도를 침략한 이후에 탑 위에 망루를 세웠다(사진 3). 망루에 오르면 녹야원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사진 4).

 

 

사진5 .다섯 수행자와 부처님의 재회, 간다라(2~3세기), 파키스탄 페샤와르박물관

 

 

간다라 불전미술에는 고행을 포기한 부처님을 타락한 수행자로 여기고 곁을 떠났다가 재회한 순간이 드라마틱하게 표현되어 있다(그림 5). 부처님께서 앉을 자리, 발 씻을 물이 든 주전자, 더위를 식혀줄 부채를 든 수행자의 모습이 잘 담겨져 있다.

 

부처님께서 녹야원에서 다섯 수행자에게 한 첫 설법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다섯 수행자 가운데 가장 먼저 깨달은 제자는 누구였을까? 꼰단냐, 왑빠, 밧디야, 마하나마, 앗사지에게 부처님은 첫 설법을 시작하셨다.

 

첫 설법을 하시는 부처님

 

“쾌락에 빠지는 것과 스스로 지나친 고행을 하는 두 개의 극단을 가까이 하지 말고, 중도中道의 길을 가거라. 중도는 지혜롭고 성스러운 여덟가지의 올바른 길인 팔정도八正道이다. 또한 네 가지 성스러운 가르침인 사성제四聖諦가 있으니 귀를 기울여라. 첫째는 현실적인 인간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라는 가르침인 고성제苦聖諦이고, 둘째는 그러한 현실의 고통이 생긴 이유에 관한 가르침인 고집성제苦集聖諦이다. 셋째는 고통을 없애 열반을 얻은 상태를 말하는 가르침인 고진성제苦盡聖諦이고, 넷째는 고통을 없애는 바른 길에 대한 가르침인 고출요성제苦出要聖諦인 것을 잘 기억하거라.”

 

부처님의 첫 설법 내용은 중도에 대한 것으로 사성제와 팔정도이며, 첫 설법을 초전법륜初轉法輪이라 한다. 부처님의 설법이 그치지 않고 전해지는 것을 전륜성왕의 법륜法輪에 비유한 것으로, 태양이 모든 공간과 시간을 지배하듯이 불법佛法의 힘이 온 우주를 감싸는 것을 상징한다.

 

  

사진6 . 법륜에 손을 얹어 첫 설법을 하는 부처님, 간다라(2세기), 미국 트로박물관

 

다섯 수행자 가운데 가장 먼저 부처님의 설법을 이해한 사람은 꼰단냐였고 이어서 왑빠와 밧디야 그리고 마하나마와 앗사지 순으로 깨달았다고 한다. 첫 설법이 불교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비로소 부처님인 불보佛寶, 네 가지 성스러운 가르침인 법보法寶, 다섯 사람의 제자 아라한인 승보僧寶, 즉 삼보三寶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녹야원에서 첫 설법을 한 이야기는 불전미술로 즐겨 표현되었다. 첫 설법 장면은 중앙의 부처님을 중심으로 삭발한 다섯 수행자가 부처님 주위를 감싸고 있으며, 녹야원을 상징하는 두 마리의 사슴과 설법을 상징하는 법륜 등이 표현되어 있다. 첫 설법 장면은 크게 부처님께서 손으로 직접 법륜을 굴리는 모습으로 표현하거나(사진 6), 오른손을 들어 설법하는 모습으로 나타냈다(사진 7). 첫 설법 도량을 수호하는 천신으로는 상체를 벗은 젊은 청년 모습의 금강역사(사진 6)와 수염이 풍성한 나이든 헤라클레스 모습을 한 금강역사(사진 7)가 손에 몽둥이 형태의 금강저를 들고 호위하고 있다. 부처님, 다섯 수행자, 금강역사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첫 설법을 찬탄하는 여러 천신들이다.

 

부처님의 첫 설법을 표현한 걸작으로 녹야원의 중심 불전佛殿에서 출토되어 현재 사르나트 고고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작품은 5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이다(사진 8). 간다라 불전도처럼 설화적이지 않고 단독의 예배상으로 보이며, 첫 설법의 이야기는 대좌 아래에 작게 표현되어 있을 뿐이다. 중앙의 법륜과 두 마리의 사슴은 첫 설법지 녹야원을 상징하고, 좌우의 다섯 수행자는 첫 설법의 대상을 의미한다. 향좌측 끝에는 이 불상을 시주한 여인과 그의 아들이 표현되어 있다.

 

 

 

사진7 . 첫 설법을 하시는 부처님, 간다라(2-3세기), 미국 프리어새클러박물관

 

 

 


 

사진8. 첫 설법을 하시는 부처님, 사르나트(5세기 경), 인도 사르나트고고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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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자
「간다라 불전도상佛傳圖像의 연 구」로 문학박사학위 취득,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불교미술전공 초빙교수, 강원도 문화재전문위원. 저서에 『조선시대 불상의 복장 기록 연구』, 공동 저서로 『치유하는 붓다』·『간다라에서 만난 부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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