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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원효 혜능 성철에게 묻고 듣다 ]
고타마 싯다르타는 어떻게 붓다가 될 수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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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  2024 년 1 월 [통권 제129호]  /     /  작성일24-01-05 13:24  /   조회855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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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울산대 명예교수

 

“고타마 싯다르타는 29세에 네 성문 밖에서 병자, 노인, 죽은 사람, 출가 수행자와 조우하면서 인생의 근원적이고도 보편적인 문제에 눈떴고, 궁극적 해답을 구하고자 출가수행의 길에 나섰다. 먼저 두 사람의 선정 대가를 차례로 스승으로 삼아 선정 수행을 하였고, 자신도 스승들이 성취한 경지에 올랐지만 그 경지는 고타마가 추구하던 목표가 아니었다. 그래서 선정 수행에서 고행 수행으로 방법을 바꾸었다. 극한의 고행에서도 목표 달성이 되지 않자 고행도 그만두었다. 그리고 다시 선정에 들어 마침내 추구하던 목표를 성취하였다.” 이는 고타마 싯다르타에서 붓다로 바뀌는 과정을 묘사하는 일반 서사敍事이다.

 

“붓다는 쾌락주의, 선정주의, 고행주의를 모두 넘어선 중도에 의해 마침내 추구하던 깨달음을 성취하였다. 그 중도를 8정도로 설하셨다. 선정주의와 고행주의는 각각 브라흐만의 전변설轉變說과 요소적취설要素積聚說을 배경으로 하는 수행법으로, 고타마가 선정과 고행을 모두 그만둔 것은 브라흐만 전통과 사문 전통 모두를 극복한 것을 의미한다. 붓다의 연기설은 전변설과 적취설을 모두 넘어선 것이다. 붓다는 연기를 성찰하여 깨달았다. 그러므로 논리적 성찰이 깨달음의 방법이다.” 이는 붓다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읽는 시선들이다.

 

청년 고타마 싯다르타의 모험

 

그런데 이런 서사와 독법에서 우리는 고타마 싯다르타의 수행 경험과 깨달음의 인과적 연관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 고타마 싯다르타와 붓다 사이의 6년에 대한 이런 기술이 우리의 현재 실존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며, 어떤 유익함을 줄 수 있을까? 6년 경험에 대한 붓다의 회고에서 ‘우리의 지금 여기의 삶’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을 얼마나 건져내고 있을까? 너무 익숙하지만, 너무나 먼 전설로 다가오는 것은 아닌가? 가장 절실하고 요긴하게 간수해야 할 것을, 과도한 종교적 시선과 타성적 독법으로 진열장 안에 박제화剝製化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29세의 청년 고타마 싯다르타는 35세까지 6년 동안 수행했다. 그리고 붓다가 되었다. 그 6년 수행은 고타마 싯다르타/붓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보장된 사회적 특권도 내려놓고, 사랑하는 가족도 뒤로 하고 감행한, 그러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모험의 기간이다.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길에서, 오직 구도의 열정 하나로 모든 역량을 불태웠던 기간. 성공했기에 망정이지 실패했다면 허무의 늪에 빠져들었을 도박 같은 기간이다. 그 6년은 남은 45년 생애의 내용을 더없이 특별하게 만든 전환의 시절이다. 

 

사진 1. 항마성도, 2~3세기, 미국 프리어새클러박물관. 사진 유근자.

 

고타마 싯다르타를 붓다로 만든 그 6년간의 체험은 고스란히 붓다 법설의 근거이고 토대였다고 보아야 한다. 붓다는 그 기간의 실패와 성공 사이에서 발생했던 사색과 수행, 체득과 재성찰의 모두를 설법에 반영했을 것이다. 초전법륜을 비롯한 최초기의 설법은 6년 동안의 경험이 막 정리된 것이었을 것이다. 교육을 위해 최초로 정리된 경험이 8정도였고, 6년 수행으로 성취한 능력으로 성찰하여 12연기 법설을 수립했다. 45년간의 설법은 6년 경험과 체득의 다양한 교육적 변주이다. 그래서 붓다라는 인간과 그의 가르침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대목은, 6년간의 경험에 대한 붓다 자신의 회고回顧이다.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걸어 성공한 인간이 자신의 성공을 타인과 공유하려고 할 때, 무엇을 교육 자료로 쓸까? ‘어떻게 하면 저분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하며 눈망울 초롱초롱한 이들에게, 그는 무슨 말을 할까? 한 사람이라도 더 자신처럼 성공하길 바라는 그가 일러주는 성공 방법에는 무슨 내용이 담길까? 그의 가르침은 일차적으로 자신의 실패와 성공 경험에서 나올 것이다. 자신의 경험담이야말로 가르침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가장 결정적인 근거일 것이다. 그는 필요할 때마다 자신의 실패와 성공 경험, 그 전 과정에 대해 자세히 일러주려고 할 것이다. 진정 제자를 사랑하는 스승이라면.

 

하물며 인천人天의 스승, 지혜와 자비의 완벽한 결합과 일관성을 기적처럼 온몸으로 증언하는 붓다일진대 어떠했겠는가. 사람들을 가르칠 때, 6년 수행 경험을, 직접 겪었던 실패와 성공 경험을, 중요하게, 자세하게, 수시로 설했을 것으로 보아야 상식이다. 6년 동안의 수행 과정에서 직접 확인한 실패와 성공의 이유에 대한 회고적 증언이야말로 제자들에게도 가장 중요하고 호소력 넘치는 가르침이었을 것이다. 

 

붓다의 제자들은 그 회고를 얼마나 그대로 기억하여 전하고 있는 것일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 소화 안 되는 내용은 혹 빠져 버리지 않았을까? 자신의 이해나 기대를 투영해 추가하거나 변형하지는 않았을까? 또 후학들은 기록된 그 회고를 어떻게 소화하고 있는 것일까? 그 내용과 의미를 붓다의 의도에 맞게 읽어내고 있는 것일까? 붓다의 수행담 회고에서 실패와 성공의 이유를 포착하여 자신의 현재 실존에 적용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하다. 아니, 궁금해야 한다. 고타마 싯다르타라는 청년이 붓다로 바뀐 과정이 우리 삶에 무슨 선물을 줄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 궁금증을 채우려 하는 즉시 강력한 장애물에 맞닥뜨린다. 고타마의 수행 과정을 보는 시선이 너무 종교화되어 버린 것이다. 청년 고타마의 성찰과 실험은 ‘당연히 성공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인간의 특별한 과정’이 되어 버렸다.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서는 감히 흉내도 내보지 못할 특별한 것이 되어 버렸다. 따라 할 수 있는 모범이 아니라, 그저 받들어야 할 숭배와 신앙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고타마의 수행 과정을 이렇게 종교화된 시선으로 보게 되면, 붓다가 제자들에게 들려주는 회고는 성자의 특별함을 확인하는 ‘종교적 전설’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럴 때는 붓다의 회고에서 ‘지금 여기 자신의 실존’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읽어내기가 원천에서부터 제한된다. 우러러 존중할 뿐 감히 넘볼 수 없는 ‘특별한 초인의 전설’은 우리의 실존과 접속하기가 불가능해진다. 실패와 성공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알려주어 자신의 성취를 개방하고 공유하려던 붓다의 회고는, 종교적 외투가 입혀질수록 본래의 생명력을 상실해 버리고 만다.

 

두텁게 입혀 놓은 종교적 외투는 과감하게 벗겨보고, 그러나 삶의 깊은 치유력을 전수받으려는 경건한 태도는 종교적 수준으로 간직한 채, 청년 고타마 싯다르타의 수행 시절을 세심하게 들추어 보아야 한다. 그 수행 과정을 현재 실존의 관심으로 음미하는 것이 붓다를 제대로 대접하는 길이다.

 

고타마 싯다르타의 두 가지 수행 과정

 

우리의 관심은 고타마 싯다르타의 어떤 선택과 노력이 붓다로의 변환을 가능케 했는가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의 성공 요인이 궁금한 것이다. 12연기가 대변하는 연기법에 대한 성찰 과정은 붓다가 된 직후에 펼쳐지고 있기에, ‘연기법을 성찰해서 깨달음을 성취하여 붓다가 되었다’라는 이해는 타당하지 않다. 적어도 현존 기록에 의하는 한, 고타마 싯다르타의 수행 과정은 ‘선정 수행(1, 2) → 고행 → 선정(3) → 깨달음 완성’의 순서이고, 고행 이후의 선정과 깨달음 완성 사이에 세 가지 특별한 체득(삼명三明: 숙명통宿命通, 천안통天眼通, 누진통漏盡通)이 언급되고 있다. ‘선정 수행(1, 2)→ 고행 → 선정(3) → 삼명三明 → 깨달음 완성’의 과정에 관한 회고를 통해 붓다는 자신의 성공 요인을 알려주려 한다. 생략된 내용이 있건, 변형, 추가된 내용이 있건 간에, 우리는 현재 주어진 자료에서 그 성공 요인을 탐색해 갈 수밖에 없다.

 

고타마 싯다르타의 수행 과정은 니까야/아함 문헌에서 두 유형으로 전해진다. 붓다가 자신의 수행 경험을 회고하는 유형이 하나이고, 자신의 수행 과정을 구도자의 표준 모델로 일반화시켜 설하는 유형이 다른 하나이다. 특히 구조와 내용에서 정합성整合性을 보여주는 일반화 유형이 자주 설해지고 있다는 것은, 붓다가 자신의 깨달음을 세상과 공유하기 위해 수행 과정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음을 의미한다.

 

「쌋짜까에 대한 큰 경(Mahāsaccakasutta)」(M1:237), 「왕자 보디의 경(Bodhirājakumārasutta)」(M2:91) 등 니까야/아함이 전하는 관련 내용을 종합해 볼 때, 고타마 싯다르타의 성공 요인으로는 네 가지 조건들을 주목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1) 이해/언어와 탈脫이해/탈脫언어의 차이 및 관계에 대한 개안, 2) 조건적 발생에 대한 개안 - 이지적理智的 연기 깨달음, 3) 모든 조건과 경험에 갇히지 않는 능력의 확보 - 새로운 선禪, 4) 조건 인과적 발생에 대한 직접지直接知 성취 - 체득적 연기 깨달음’이 그것이다. 이 네 가지 조건을 음미하여 고타마 싯다르타가 붓다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을 헤아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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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고려대에서 불교철학으로 석·박사 취득. 울산대 철학과에서 불교, 노자, 장자 강의. 주요 저서로는 『원효전서 번역』, 『대승기신론사상연구』, 『원효, 하나로 만나는 길을 열다』, 『돈점 진리담론』, 『원효의 화쟁철학』, 『원효의 통섭철학』, 『선禪 수행이란 무엇인가?-이해수행과 마음수행』 등이 있다.
twpark@ul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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