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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서유럽 6국 여행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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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17 년 12 월 [통권 제56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5,026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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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 로마를 6시 40분 출발하여 뽐뻬이로 향했습니다. 서기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뽐뻬이는 한순간에 화산재와 용암에 묻혀버리고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린 곳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잊혀졌던 뽐뻬이는 18C에 발굴되기 시작하면서 오늘에 다시금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TV에서 가슴 아픈 죽음의 모습을 대하고 현장에서 슬픔을 어떻게 감당할까 생각했는데 현장에서의 감정은 무덤덤하였습니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한 귀퉁이만 보고 가는 날치기 여행의 폐해구나 생각했습니다. 

 

뽐뻬이에서 쏘렌토로 기차를 타고 가서 잠시 주변을 살펴보고 카프리 섬으로 배로 30분 결려 도착했습니다. 바닷가 물속 깊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비또리아 광장에서 출발하는 일인용 리프트를 타고 몬떼쏠라도 정상까지 나폴리만의 정경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16시 40분 카프리섬을 출발하여 17시 45분에 나포리항에 도착하였는데, “여기는 소매치기들이 많으니 시내 관광은 하지 않고 바로 로마로 출발하겠습니다.” 하는 인솔자의 말에 어안이 벙벙하였습니다. 그 유명한 산타루치아 항구, 왕궁, 산카를로 가극장이며 세계3대 미항의 분위기를 바로 앞에서 놓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9월 22일 7시 30분에 로마를 출발하여 13시 20분에 피사에 도착하였습니다.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피사의 사탑을 마주하니 감개무량하였습니다. 앞에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1068년부터 50년에 걸친 공사 끝에 완공한 피사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으로 ‘진자의 원리’를 발견한 계기가 된 ‘갈릴레이의 램프’가 있다는 기록을 보고 입장하려니 입장표를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입장표를 요구하니 어디서 파는지도 모르고 대화도 되지 않으니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로마에서 피사까지는 420km였으며, 피사에서 다음 행선지인 밀라노까지는 280km 거리로 17시 30분에 도착했습니다. 두오모 광장과 인접한 흰 대리석의 대성당으로 길이 157m, 너비 92m, 높이 108m, 특히 135개의 뾰족한 첨탑과 3159개의 성자와 사도들의 조각군은 이 성당의 멋을 더해주고 있지만 나 같은 이방인의 눈에는 웅장함과 섬세한 아름다움이 기를 질리게 하였습니다. 스칼라극장과 주변의 갈레리아라는 아케이트가 신기하였습니다. 

 

9월 23일 8시에 밀라노를 출발하여 스위스로 넘어가 루체른을 먼저 들렀습니다. 옛 시가지와 케펠교와 루체른 호를 둘러보고 뜻밖의 “빈사의 사자상”이라는 암벽에 조각된 커다란 사자상이 입체적으로 조각되어 있었습니다. 사연인즉 1789년 프랑스혁명 당시 루이16세 일가를 지키다가 죽은 스위스 용별들이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연상되어 왔습니다. 다음으로 스위스의 수도인 베른으로 이동하여 시내관광에 나섰는데 드디어 제가 탈이 나고 말았습니다. 다리가 아파 일행들을 따라다닐 수가 없어 돌아올 때까지 쉬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17시 30분 인터라겐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내일 융프라우 등정에 잔뜩 기대를 가지고 잠들었습니다. 인터라겐은 융프라우 지역의 유명한 알프스 산들의 봉우리로 올라가는 기차의 발착지입니다.

 


파리 사크레쾨르성당 

 

9월 24일 아침 7시에 인터라겐 동쪽역을 출발하여 세 번의 노선을 갈아타고서 1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융프라우요흐에 도착하였습니다. 1912년 등산철도 노선이 완성되어 운행되었다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역의 고도는 3142m에 위치한다고 합니다. 철도노선을 살펴보니 두 줄의 철도노선 사이의 정 중앙에 톱니바퀴가 돌아가도록 또 한 줄의 쇠줄이 바닥에 깔려 있었습니다. 저 톱니바퀴식 쇠줄 때문에 이 높은 곳까지 기차가 올라 올 수 있는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스핑크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융프라우산맥의 설경의 아름다움을 무엇이라 말할 수 없었습니다. 다시 인터라겐서역으로 나려와 벨포트역에 도착하여 파리로 출발하였는데 저녁은 도시락으로 때웠습니다. 22시 15분에 파리에 도착하여 늦게 짐을 풀게 되었습니다.

 

9월 25일 아침 작은 호텔 밖을 나가보니 파리 한복판이 아닌 변두리 어디이겠지만 담배꽁초와 휴지들이 지저분하게 늘려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유리처럼 투명하게 깨끗한 곳이려니 생각한 파리가 한국시골과 비교할 수 없이 추저워 보인데 대한 큰 실망감이 있습니다. 아침을 먹고 해발 129m의 야트막한 몽마르트 언덕위에 세워진 비잔틴양식의 세 개의 흰색돔으로 1876년부터 40여년에 걸쳐 공사가 이루어진 사크레꿰르 성당을 방문하였습니다. 여기에서도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담배꽁초들이 흩어져 있어서 사방이 트인 파리 시내를 내려 보면서 청결의 파리에 대한 환상이 깨어지는 아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루브르박물관의 2~3시간의 관람에 이어 점심을 먹고 콩코르드 광장을 지나 상젤리제 거리를 지나며 개선문에 이르렀습니다. 30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지만 파리 시내를 둘러볼 시간은 영 아니었습니다. 

 

다음으로 에펠탑으로 갔습니다. 1889년 만국박람회를 위한 기념물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으로 320.75m의 높이로 27개월의 공사기간 동안으로 완성되었고, 건설초기에는 파리의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시민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치기도 했으나 오늘날에는 파리 최대의 관광수입원으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3층 전망대에서 360°로 내려다보는 파리의 원경의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그 많고 많은 성당과 고건축을 살펴보지 못하고 이집저집 들어가 쇼핑하는데 두어 시간을 보내니 저로서는 갑갑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저녁에 해가 지고 19시가 지나서 에펠탑을 기점으로 해서 세느강 야간투어가 왕복 1시간 10여 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그때 낮에 보지 못한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 위에서나 바라볼 수 있었으며, 주변의 최고재판소, 오르세미술관, 루브르박물관 등의 고건물들의 외관이나마 바라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9월 26일 7시 13분에 파리에서 유로스타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출발하였는데 2시간 20분이 걸려 도버해협을 지하철도를 거쳐 도착하였습니다. 런던과 파리와의 시차가 1시간이어서 런던 도착하니 8시 35분이 되었습니다. 역에서 바로 출발하여 런던탑을 지나 타워브리지를 200m 후방에서 바라보는 위치에 모여 인솔자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 다리는 60m높이의 고딕양식으로 두 개의 탑으로 이어지고 1894년 총길이 270m로 개폐교로서 83°로 들어 올려진다고 합니다. 영국하면 제일먼저 떠오르는 상징적인 다리를 대하니 영국에 오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템스강에 흐르는 강물이 얼마나 맑은가 하고 내려다보니 흙탕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런던 박물관 그리스 고대관 

 

배를 타고 오르니 런던아이(London Eye)의 구조물이 보이고 이어서 강변에 내리니 빅밴 시계탑과 국회의사당과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외관만 바라보고 지나면서 버킹엄 궁전을 참방하였습니다. 이어서 점심을 먹고 런던박물관을 방문하였는데, 입장료가 무료이기에 단체관광은 참관이 1시간으로 제한되어 있어 여간 서운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관계로 3시에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하게 되니 런던의 그 많은 역사 유적과 건물들을 더는 보지 못하고 떠나는 마음이 여간 서운하지 않았습니다. 서유럽 6국을 다녔지만 우리의 광화문 거리를 보고나서 한국을 다 보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을 보고 한국 사람들이 무어라고 평가하겠습니까? 볼 것도 많았지만 서운하고 허전한 생각이 더 많이 남는 6국 여행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한강이 서유럽 6국이나 동유럽 4국의 수도를 흐르는 강물보다 수량이 풍부하고 강폭 또한 넓을 뿐만 아니라 깨끗하다는 데에 큰 자부심을 갖게 된 여행이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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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본지 발행인
196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백련암에서 성철스님과 첫 만남을 갖고, 1972년 출가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도서출판 장경각 대표, 부산 고심정사 주지로 있다. 1998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1999년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환경조형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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