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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추회요, 그 숲을 걷다]
『종경록』의 위상과 믿는 공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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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석  /  2017 년 5 월 [통권 제49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4,820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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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추회요』는 『종경록』 100권을 10권 분량으로 간추린 책이다. 『종경록』이 크게 표종장(標宗章), 문답장(問答章), 인증장(引證章)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이를 요약한 『명추회요』 역시 같은 구조를 보이고 있다.

 

『종경록』에서 표종장은 제1권의 중반부까지로서, 선(禪)과 교(敎)의 핵심 종지가 무엇인지를 간략하면서도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 책의 종지는 단적으로 말해 ‘마음’으로, 일심(一心) 혹은 진심(眞心)과 같은 용어로 다양하게 표현된다. 다음으로 문답장은 제1권 중반부터 93권까지 이어지는데, 종지와 관련된 다양한 물음과 대답이 이어진다. 여기에 나오는 문답은 대략 300여 가지로서, 내용은 ‘마음과 만법의 관계’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다시 말해 마음을 근본으로 삼는다고 할 경우 생겨나는 수많은 의문들을 묻고 답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증장은 94권부터 100권까지 이어지는데 마음의 공능과 관련된 경론 및 조사의 어록이 대량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번에 소개할 내용은 『종경록』 문답장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92권과 93권의 얘기들로써, 이 책이 불교 내에서 어떤 위상을 지니고 있고, 또 이 책을 잘 간직하면서 읽는 것이 어떤 공덕을 지니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이 책을 편찬한 장본인이 직접 『종경록』의 위상과 공덕을 말해주는 것이므로, 그 설명을 한번 들어볼 필요가 있다.

 

원교(圓敎)와 일승(一乘)

 

『명추회요』의 683쪽부터는 『종경록』 92권-9판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특히 684쪽을 보면, 『종경록』이 어떤 교(敎)와 승(乘)에 속하는지를 묻고 답하는 얘기가 나온다. 인도에서 불교는 역사적인 흐름을 따라 초기불교, 부파불교, 대승불교와 같은 흐름으로 전개되었고, 그에 따라 다양한 경(經)과 논(論)이 형성되었다. 가령 초기불교 시대를 대표하는 『아함경(阿含經)』과 대승불교의 정수인 『반야경(般若經)』, 『법화경(法華經)』, 『화엄경(華嚴經)』 등을 대비시켜 보면, 다루는 내용과 성격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다양한 인도 불전들이 중국에 유입될 때는 대량으로 한꺼번에 전해졌다는 점에 있다. 불경은 항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로 시작되므로, 중국의 불교도들은 모든 불경이 다 한 분의 부처님께서 설한 것으로 간주하였다. 오늘날의 연구에 따르면, 인도의 불경은 시기를 달리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지만, 2000년 전의 중국 불교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들은 부처님께서 성도 후 45년간 왜 그토록 상이한 성격의 불경을 설하셨고, 또 어떤 경우는 아무 말씀 없이 한 송이 꽃을 들어서 법을 드러내기도 했는지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할 필요성을 가졌다.

 

중국불교의 교판론(敎判論)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탄생하였다. 교판(敎判)은 ‘부처님께서 설한 가르침의 모습을 분류한다’는 뜻의 교상판석(敎相判釋)을 줄인 말이다. 중국에서는 몇 백년 동안 다양한 방식의 교판론이 등장하였는데, 이를 가장 체계적으로 정립한 종파가 바로 천태종과 화엄종이다. 『종경록』을 편찬한 연수 선사는 특히 화엄종의 교판론에 입각하여 이 책의 위상을 드러내고 있으므로, 화엄의 5교판론을 잠깐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화엄의 5교판론은 부처님께서 성도 후 45년간 설한 가르침을 그 내용과 성격에 따라 5가지로 분류한 것이다. 이를 정립한 법장 스님에 따르면, 부처님께서는 처음 성불하신 다음 중생들의 근기가 아직 성숙하지 않은 것을 보시고, 소승의 가르침을 먼저 설하셨다. 그 다음에 그들의 근기가 높아짐에 따라 차차 대승을 설하셨는데, 대승에도 내용상 초교(初敎)와 종교(終敎)가 있다. 초교는 보통 시교(始敎)라고도 말해지는 유식학(唯識學)을 가리키고, 종교는 여래장(如來藏) 사상을 말한다. 이후 부처님께서는 점차적인 순서에 따르지 않는 돈교(頓敎)를 설하기도 하셨다. 그러나 부처님의 본의는 앞의 가르침을 모두 포용하는 『화엄경』의 원교(圓敎)에 있다는 것이 화엄종 논사들의 견해이다. 그렇다면 『종경록』은 이 다섯 가지 가운데 어디에 속하는가? 685쪽의 인용문에 그 답이 나와 있다.

『종경록』의 종지는 원교(圓敎)에 거두어지는 것으로서 바로 여래께서 설한 법문의 근본이니, 여래께서 이 마음을 의지해 성불하셨기 때문이다. 이 마음이 여래가 되는 근본이치가 되므로 한 법도 거두어들이지 못하는 것이 없고, 한 가지 이치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이 없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설하는 『화엄경』의 종지처럼, 『종경록』 역시 그 마음에 근본을 두고 있으므로, 이 책이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서도 가장 원만한 종류에 속한다는 말씀이다. 불교는 부처님의 깨달음에서 시작되는 가르침이다. 그러한 부처님의 깨달음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를 따져보면 결국 마음에서 찾을 수 있으므로, 그 마음을 잘 관하면 불교의 나머지 모든 가르침들이 다 수렴되고, 나머지 모든 이치들을 다 갖추게 된다는 것이 바로 연수 선사의 견해이다. 이를 통해서 보더라도 『종경록』과 『명추회요』를 관통하는 핵심 종지가 ‘마음’에 있음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부처님의 가르침은 수레[乘]에 비유되기도 하는데, 통상 성문(聲聞)·연각(緣覺)·보살(菩薩)의 삼승(三乘) 및 그것을 모두 아우르는 일승(一乘)으로 대비된다. 연수 선사는 수레를 기준으로 할 경우 『종경록』은 일승에 속한다고 얘기한다. 왜냐하면 일승의 가르침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일심(一心)’에 대해 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인 마음을 설한다는 점에서 이 일승은 최상의 수레[最上乘]이라고도 칭해진다.

 

믿음과 비방에 대한 과보

 

위의 논의에 따르면, 연수 선사는 『종경록』의 위상을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 가장 원만하고 높은 원교(圓敎)와 일승(一乘)에 둘 정도로 이 책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훌륭한 책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인가? 연수 선사는 이를 믿는 공덕과 비방하는 죄에 대해 상세히 설하는데, 692쪽에 그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다.


이 일심의 실상법문은 반야의 매우 깊은 종지이다. 믿기 어려운 가운데 혹 믿는 자가 있다면 법의 이익이 무궁하여 오직 부처님만이 알 수 있다. 그러나 비방하는 자가 있다면 반야를 비방한 죄는 허물이 막대하니, 현세에서 재앙을 받아 산 채로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어째서 받는 과보가 이처럼 광대한가? 반야가 모든 세간과 출세간의 범부와 성인의 어머니인 것이 마치 대지와 같으니, 어떠한 사물도 땅으로부터 생겨나지 않은 것이 없다.

연수 선사는 『종경록』에 수록된 내용들이 ‘일심의 실상법문’이며, ‘반야의 매우 깊은 종지’라고 설명하였다. 일심은 선사께서 일관되게 강조한 내용인데, 이 일심이 바로 ‘실상법문’이며, 또한 반야(般若=지혜)의 깊은 종지라는 말씀이다.

 

우리는 대개 이 세계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 실상(實相)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런데 연수 선사에 따르면, 그 실상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마음을 벗어나 있지 않다. 왜냐하면 이 세계라는 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에 투영된 세계이므로, 우리의 마음을 제쳐 두고 따로 세계의 실상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엄경』과 같은 불경에서는 찬란하게 빛나는 부처님의 광명 세계를 세계의 실상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정작 현실을 사는 우리는 그 속에서 무수한 선악과 차별과 오염들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상적인 세계와 현실이 무척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연수 선사에 따르면, 이 두 가지 세계는 모두 그것을 마주하는 사람의 마음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마음의 상태가 고양됨에 따라 번뇌 없이 깨끗한 세계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것이 혼란스러울 때는 그에 따라 온갖 번뇌로 가득 찬 세계가 현현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청정함과 혼탁함으로 가게 되는 통로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과 맞닿아 있으므로, 이를 깊이 주시하라는 것이 바로 93권에 달하는 긴 ‘문답장’을 통해 연수 선사가 강조했던 메시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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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석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영명연수 『종경록』의 일심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불교학술원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불교전서>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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