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소리]
새해의 밝은 햇살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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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17 년 1 월 [통권 제45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5,390회 / 댓글0건본문
백련암에서 성철 큰스님을 친견하려면 남녀노소(男女老少), 빈부귀천(貧富貴賤)을 떠나 “부처님께 먼저 3000배를 올려야 한다.”는 불문율은 이제 밖으로 널리 알려진 전설이 되었습니다. 큰스님께서도 3000배만 제대로 하여도 “부처님께 큰 신심(信心)을 내었다.”고 허락하시고 반갑게 맞이하여 왔습니다.
정심사 1만배 법회에 참석한 동참자들의 표정이 너무 밝다.
백련암으로 출가하여 몇 년이 지나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절에 와서 3000배 기도 하면 뭐할꼬, 집에서도 내 능력에 맞춰 부처님께 절을 해라. 300배 5~600배, 1000배. 집안에 어려운 일이 있고 내 신심이 있으면 일주일 또는 3·7일 동안 3000배를 하면서 ‘모든 중생 행복하게 해 주소서’ 하는 원을 세워 열심히 기도하라.”는 큰스님의 당부에 따라 절에 오지 않아도 가정에서 매일 기도하는 백련암 신도님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큰스님 마음에 이변을 일으키는 사건이라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비구니 스님들이 살고 있는 울산 석남사는 인홍 스님이 주지로 계시면서 큰스님의 지도를 받으며 일상생활 속에서의 3000배를 신심을 다지는 기틀로 삼아 왔습니다. 그런데 불필 스님 도반되시는 스님이 일행과 함께 백련암으로 와 큰스님을 친견하게 되고 한 말씀 올리게 되었습니다.
“큰스님! 3000배를 100일동안 하면서 회향하는 날 하루 동안 1만배를 하자고 결심했는데 성취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큰스님께서 “정말 하루 동안 24시간 안에 1만배를 했단 말이지. 내 그것은 생각도 못했네. 그래 그래 수고했다. 정말 수고했다.”고 만족해 하셨다 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백련암 신도님들에게 “너거는 그렇게 집에서 열심히 기도하면서 1만배 하는 거 생각이나 해봤나? 거 비구니 신심이 대단하제.” 하시며 곧잘 1만배 자랑을 하셨다 합니다. 제가 1971년 3월에 백련암에 왔을 때 큰스님께서 “니는 절돈 1만원 내라.”하셨으니 그 일이 1970년 전후에 있었던 일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정심사 대적광전에서 1만배를 하고 있는 대중들
큰스님의 1만배 자랑이 있으신 후 신도님들 사이에 1만배에 도전하는 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나 봅니다. 큰스님 생전에 칠성정 보살님이라고 계셨는데, 1970년대 말쯤 그 보살님은 100일 동안 혼자 집에서 1만배 기도를 성취하는 최초의 기록을 세워서 큰스님을 놀라게 했던 기억입니다. 정말 힘든 기도임에도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몇 분의 뜻있는 도반끼리 표 나지 않게 가끔씩 1만배 기도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하남 정심사에서 주지 원영 스님의 원력으로 지난 11월 26일 오전 9시에 시작해 27일 오전 9시에 마치는 1만배 법회에 90명 가까운 신도님들이 모였습니다.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모여 법회를 여법하게 회향하였고 동참한 신도님들의 환희에 젖은 모습은 감동적이고 극적이었습니다.
1만배 법회의 성공은 신도님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일으켜 매년 1월 첫째 토요일 9시에 시작하여 일요일 9시에 회향하는 1만배 법회를 시행하기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세상에서는 지금도 “큰스님께서는 중생들을 쉽게 만나주시고 않고 3000배의 관문을 세워놓고 왜 중생들을 멀리 하셨을까?” 하고 아쉬움과 서운한 마음들을 가지고 계신 듯합니다.
그러한 서운한 마음은 크지만 그렇게 한 번 뵙는 ‘인증샷’이 각자의 인생에 얼마나 큰 울림으로 다가왔겠습니까? 백련암 3000배를 다녔던 신앙체험을 모은 『수행하는 즐거움』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님들에게는 가족이 없으니 부부간, 부모자식 간의 관계와 정서를 정말 모르고 있다는 죄송함이 밀려들고 또 큰스님께서 누구에게나 인정사정없이 “3000배를 해라.”고 하신 그 공덕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불교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에게 초면에 『금강경』 강의가, 『법화경』 강의가, 『화엄경』 강의가, 선사상 강의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10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성철 큰스님이 왜 절을 시키지?”하는 마음으로 자기와의 대결을 이겨내야 하는 3000배야 말로 얼마나 크신 법문이었는지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3000배를 하고 나면 큰스님께서 집에 가서도 게으름 피우지 말고 매일 108배 이상 절을 하라고 원상을 주시고, 절 끝에 마음을 깨치는 참선을 하라고 화두를 손수 적어 주셨던 것이 범상한 일이 아니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심이 줄어드는 시대에 큰스님을 신뢰하는 우리들이 다시 함께 신심을 가다듬어 매년 초에 백련암에서 개최할 1만배 법회에 적극 동참해 주실 것을 기대해 봅니다. 그때 백련암 마당에 펼쳐지는 맑은 햇살에 큰스님께서는 기뻐하시고 기뻐하실 것입니다.
“한국 국민은 올바른 통치구조가 무너진 것에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다. 국민은 국가의 리더십에 보낸 신뢰가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반기문 총장의 발언으로 쓰린 가슴을 가다듬고, 촛불집회의 정성이 광장을 벗어나지 않음으로써 큰 불행을 딛고 웅비하는 한국의 미래를 기대해 봅니다. 모든 가정의 화목과 발전을 불보살님 전에 기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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