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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사리탑 앞에서 삼천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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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13 년 12 월 [통권 제8호]  /     /  작성일20-05-29 14:09  /   조회6,138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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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 스님(발행인)

 

2012년 성철 대종사 탄신 100주년 기념행사를 큰 허물없이 치르고 그동안 애써 주셨던 행사자문위원님들께 2013년 열반 20주기 행사를 어떻게 회향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의견을 묻게 되었습니다.

 

결론은 “큰스님의 또 다른 상징이 삼천배이니 한 만 명쯤 되는 신도님들이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 모여서 삼천배를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모든 중생 행복하게 해주소서’라고 원력을 세워 기도하라고 하신 큰스님의 깊은 뜻을 세상에 알려서 나를 위하는 것이 아닌 남을 배려하는 사회적 실천의 모범을 보이는 좋은 행사가 될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성철 큰스님 탄신 100주년 행사의 주된 목적도 ‘1000만 불자 108배 하기’를 서원하였지만 불자들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해서 마음이 안타까웠는데 새로운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막상 마음을 먹고 실행하려 하니 만 명을 모은다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백련암 신도님들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니 만 명을 모을 궁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신도님들이 많은 사찰을 다니며 의견을 구해보니, 각 사찰마다 삼천배를 하는 방식이 다르고 또 절 하는 경전도 <예불 참회문>을 수지독송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다양했습니다. 몇 곳을 다녀보고는 만 명을 모은다는 것이 불가능하여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 다음 안이 코엑스에서 3000명으로 제한하여 해보자는 의견이 대두되어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그 일도 장소 임대료 및 제반 비용 마련, 행사 중에 점심 등의 준비 문제, 기도에 필요한 물품 조달 방식 등으로 다양한 의견이 노출되고 무엇 하나 쉽게 결론이 나질 않았습니다. 신심만 가지면 안 될 일이 없을 것 같았는데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일이라 3000명이 모여 삼천배를 한다는 행사도 갑론을박을 되풀이하다가 세월만 지나가고 대책이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해가 바뀌고 2013년 하안거 입제 아비라기도 때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외부 신도님들의 호응을 받는다는 것은 무리이고, 백련암 주변의 신도님들로 1000명이 모여서 해인사 큰스님 사리탑전에서 삼천배를 올리기로 하였다.”고 백련암 신도님들께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등록회원이 8000명이 된다는 ‘아비라 카페’의 카페지기 덕도 거사에게 300명을 책임져 달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백련암에는 인터넷 시대가 되고 나서 매월 첫째 토요일에는 ‘영원한 자유’팀, 둘째 토요일에는 ‘수미산 카페’팀, 셋째 토요일에는 ‘아비라 카페’팀, 넷째 토요일에는 ‘삼천배 카페’팀이 자생적으로 철야 삼천배 정진을 해오고 있기에 부탁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백련암을 위시한 문도 사찰과 불필 스님 상좌스님들의 사찰에 부탁해 6~700명, 카페 팀에서 3~400명이 동참하여 1,000명이 함께 삼천배를 하기로 했습니다. 10월 19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하여 오후 6시에 마치는 일정으로 계획하였습니다. 

 

그리하여 9월 말이 가까워오면서 위와 같은 내용으로 해인사 본사에 공문을 보냈더니 “지금 대장경 세계문화축전 기간이고 10월 19일은 음력 보름으로 해인사에서 매년 14, 15일은 보살계 수계불사가 있는 기간이라 큰절 행사에 지장이 있을 수 있으니 10월 20일로 행사를 연기해 달라”는 답신이 왔습니다. 1년 전부터 신도님들에게 약속한 일인데 큰절 사정이 그러하니 난감하기가 이를 데 없었습니다. 긴급회의를 거듭하여 어렵지만 10월 20일로 하루 늦춰 삼천배 행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불만은 있었으나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아비라 카페’만이 “회원들이 대부분 직장인들이고 1년 전부터 19일로 알고 준비해 왔는데 20일로 연기하면 100명도 오기 힘드니 19일 일정을 연기할 수 없다.”고 사정하였습니다. 할 수 없이 다시 해인사 종무소에 연락하여 ‘아비라 카페’ 회원 250여 명은 토요일에 행사를 할 수 있도록 승낙을 받게 되었습니다. 애초 예상과는 달리 19일 삼천배에는 500여 명이나 참가해 성황을 이루며 원만하게 행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날따라 날씨가 흐려 구름들이 하루 종일 햇볕을 가려주고 때로는 적당하게 바람까지 불어서 얼마나 기도하기 좋은 날이었는지 모릅니다. 사리탑전에 모인 모든 기도객들이 누구랄 것도 없이 환희에 젖은 얼굴로 만족해하는 모습은 마음속에 솟아오르는 법열이었습니다. 

 

그러고 20일에는 700여명이 참가하여 조금은 맑은 날씨 속에서 모두들 열심히 기도하였고, 삼천배를 회향하고서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감동의 심연으로 빠져 들었습니다. 10월 19일과 20일 삼천배 정진 대중들이 적절히 나누어졌기에 망정이지 1,200명이 한 번에 행사를 하였다면 오히려 큰 혼란에 빠졌을 것이라고, 오히려 나누어져서 삼천배 기도가 너무너무 잘되고 좋았다고 임원들 모두가 기뻐하였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백련암에 늦게 올라오니 보살님 한 분이 엉엉 울고 계셔서 연유를 물었습니다. 보살님은 그간 20년 동안 큰스님 추모재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탑전에서 삼천배 행사에 참여해온 분이셨습니다.  

 

“스님, 저는 20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칠일칠야는 물론 기도 기간에 큰스님 사리탑전 삼천배 정진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때마다 2~300명이 모여 절을 하는데 탑전의 공간이 너무 많이 비어 있었습니다. 언제 제가 죽기 전에 탑전에 신도님들이 꽉 차서 삼천배를 올릴 날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어제와 오늘 제 소원이 이루어지니 너무 기뻐서 지금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큰스님 사리탑전 삼천배 정진법회로 지난 3년 행사의 회향을 잘 할 수 있어서 그동안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올 한해 남은 세월 유종의 미를 거두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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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본지 발행인
196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백련암에서 성철스님과 첫 만남을 갖고, 1972년 출가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도서출판 장경각 대표, 부산 고심정사 주지로 있다. 1998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1999년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환경조형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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