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불교문화재단
법신진언의 의미/천제스님
이 글은 {고경}(불기 2540년 여름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천제스님은 큰스님께서 안정사 뒷골짜기에 초가 삼간으로 지은 천제굴에서 수행정진하실 때 처음 뵙고 출가하였습니다. 그 후 큰스님께서 주석처를 성전암·김용사·해인사 등지로 옮길 때마다 그림자처럼 함께 하신 제자입니다. 천제스님이 은사스님을 회고할 때에는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존경과 경외심이 가득 흘러 넘칩니다.
큰스님의 가르침
- 『고경』편집자로부터 '비로자나 법신진언 기도'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지난날의 자료를 찾던 중, 은사스님께서 친필로 적으신 쪽지가 있어 설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여기 옮겨 싣습니다.
- 하루 한 장씩 떼어내는 일력 종이의 뒷면에 적은 이 메모는 "1947년 불교 중흥의 꿈을 안고 봉암사에 주석할 때부터 불교 정화는 신앙으로 이룩해야 하며 폭력이 개입되어서는 새 도둑이 묵은 도둑을 쫓아내는 격이라고 하시고, 해인사 주지직을 거절하시고, 팔공산 성전암에서 승려는 지조를 지켜야지 기녀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는 신조로 암자 주위에 철망을 두르고 10년을 안거하신 일"까지를 제목만 적은 것입니다.
- 일력의 날짜가 1965년(乙巳年) 8월 22일 일요일인 것으로 보아, 성전암에서 친소(親疎)를 막론하고 결제·해제·설·추석날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만나시지 않던 10년 동안의 안거를 마치신 1년 후로, 문경 김용사에 계실 때입니다.
- 그 해 봄, 동산 노스님의 입적을 맞으셨으며, 10년 동안의 침묵을 깨뜨리시고 대중과 수련회에 참석한 불교대학생들을 위하여 처음으로 법회를 여셨습니다. 그리고 1년 후, 해인사로 거처를 옮기시게 됩니다.
- 콩나물 한 개비를 건지기 위해 개울 따라 먼길을 내려가셨다는 운문스님의 고사(古事)를 항상 말씀하시던 스님, 휴지 한 장도 함부로 버리시지 않던 스님의 모습을 이 일력 메모지에서 다시 대하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롭습니다. 메모에도 기록되어 있는 것과 같이 6·25사변을 고성 문수암에서 만나고 안정사 시절 토굴(土窟) 천제굴(闡提窟)에 계시면서 찾아오는 신도님과 불자들에게 '예불대참회'와 새로 음역하신 '능엄주'를 외우게 하셨으며, 소원을 비는 불자들에게는 장궤합장하고 법신진언을 외우는 '법신진언 기도'를 하도록 일러주셨으며, 재를 지내러 오는 신자에게는 '전경'으로 천도재를 지내주셨습니다.
- 그때부터 스님께서는 열반하실 때까지 40여 년을 일관되게 이 법을 지켜오셨습니다. 메모에서 볼 수 있듯이, 스님께서는 평생 동안 한국불교 중흥을 꿈에도 잊으신 적이 없으셨으며 부처님의 법으로 돌아가자는 기치 아래 정법 구현을 위해 심혈을 다하셨습니다. 선(禪)을 닦아 마음을 깨달아, 중생이 곧 부처인 길을 보이셨고, 근기(根機)가 수승하지 못한 이에게는 불법의 정맥인 중국 당대(唐代)의 총림 수행법을 그대로 일러주신 것입니다. 당시 전쟁의 폐허 속에 불행에 빠진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고명(高名)을 전해 듣고 구원을 얻으려 찾아오곤 하였습니다.
- 그때마다 스님께서는 "우리가 받는 모든 고통과 악업은 과거생으로부터 우리 스스로가 지어온 업장의 과보"라 하시고 '예불대참회'와 '비로자나 법신진언' 기도를 하도록 일러주셨습니다. 흔히 기도라고 하면 소원이 있는 사람이 불보살의 형상 앞에서 시주금을 내고 소원을 비는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만, 스님께서는 타력(他力)에 의한 기원이나 스님들에게 의뢰하는 기도와 불공을 배격하시고, 자기가 지은 악업은 자신의 노력으로 참회하고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이 맑아질 때 과보(果報)가 바뀌어지며 행복이 이루어진다고 하시고 철저한 자기 정진을 강조하셨습니다.
- 그리고 어떤 요행이나 사행심으로 기도하는 것은 업장을 더하는 결과라 하시고 남과 내가 둘이 아닌 화엄법계 보현행원으로 기도하는 것만이 부처님의 바른 법이라고 일러주셨습니다. 많은 불자들이 스님의 말씀대로 기도하여 불행을 이기고 헤어진 친족을 만나고 악한 병을 고치게 되어 기도하는 이가 날로 늘어갔습니다. 스님께서는 기도 오는 이의 지위 고하(高下)와 부(富)의 다소(多少)를 막론하고, 직접 공양구(부처님께 올리는 정성스런 음식 등)를 마련하여 손수 공양을 올리게 하였으므로 기도나 불공이 있을 때는 시자(侍者)들은 쉬는 날이었습니다.
은사스님 친필쪽지
비로자나 법신진언의 의미
부처님의 몸을 설명하여 삼신(三身)이라고도 합니다. 법신(法身)이신 비로자나불, 보신(報身)이신 노사나불, 화신(化身)이신 석가모니불입니다. 즉, 중생을 제도하러 오신 차안(此岸)의 석가모니불, 법계에 상주하는 피안(彼岸)의 청정법신이신 비로자나불, 차안과 피안의 교량이신 노사나불이십니다. 상대계(相對界)의 업신(業身)인 우리가 부처님의 무상정변지(無上正遍智)를 얻어 절대계(絶對界) 피안에 상주하시는 비로자나법신불에게로 돌아가는 것이 수행의 구경처(究境處)인 것입니다.부처님의 가르침을 셋으로 나누면, 부처님의 마음을 전한 교외별전인 선(禪), 부처님의 말씀을 전한 밀교인 진언(眞言), 부처님의 뜻을 전한 교리(敎理)입니다. 부처님의 마음에 바로 계합하는 선을 수행하는 길을 최상승(最上乘)이라 하고, 진언에는 크고 비밀한 뜻이 있다 하여 밀교(密敎)라 하고, 교리를 공부하는 길은 교학이라고 구분하고 있습니다. 진언(眞言)이란 범어 '다라니'의 뜻 번역입니다. 부처님께서 일러주신 범음이며, 무한한 공덕이 있어 일념으로 외우고 염상(念想)하여 삼매(三昧)를 성취하면 바로 불지(佛地)에 이른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
이 진언은 법신진언으로, 밀교의 가르침에 해당되는 진언입니다. 진언의 첫 글자인 '옴'자는 모든 범음의 으뜸이 되는 자(字)이며, 모든 공덕의 정상이 되는 자이므로 진언의 머리에 둡니다. 아·비·라·훔·캄, 이 다섯 글자는 비로자나 부처님의 몸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아'자는 대원경지(大圓鏡智), '비'자는 묘관찰지(妙觀察智), '라'자는 평등성지(平等性智), '훔'자는 성소작지(成所作智), '캄'자는 법계체성지(法界性智)를 나타냅니다. 광명의 상징인 비로자나 법신을 뜻 번역으로는 '대일여래(大日如來)'라고도 부릅니다.비로자나 법신진언을 우주 본체에 대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5 대 |
방 향 |
5 색 |
|
---|---|---|---|
아 |
지(地) | 동(東) | 황(黃) |
비 |
수(水) | 서(西) | 백(白) |
라 |
화(火) | 남(南) | 적(赤) |
훔 |
풍(風) | 북(北) | 흑(黑) |
캄 |
공(空) | 중(中) | 청(靑) |
이처럼 비로자나 법신진언은 법신이신 비로자나불의 크신 몸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끝 글자인 '스바하'는 회향(廻向)의 의미를 담은 범음으로, 진언의 마지막에 두는 글자입니다. 전에 한자(漢字)로 간접 음역하였을 때에는 한자 글자를 따라 '사바하'라고 읽었으나, 스님께서 처음으로 만국표기 음표에 의한 직접 음역을 하여 '스바하'라고 읽게 하셨습니다..
기도의 가르침은 진언 해석에 있지 않고 이 진언을 열심히 염송하여 무심삼매를 성취하여 법신에 돌아가는 것이며, 이것이 최상의 공덕을 성취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스님께서는 불자님들께 소원을 이루는 수단으로, 업을 맑게 하는 방편으로, 마음을 밝혀 구경각을 이루도록 하는 방법으로 비로자나 법신진언 기도정진을 가르치신 것입니다.
불기 2540년 여름
여의 천제 합장